“대북 라디오 통해 北인권 유린 가해자에 책임문제 인식시켜야”



▲유엔 북한인권서울사무소 개소 1년을 맞아 연세휴먼리버티센터와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가 공동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가영 기자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유린의 실질적인 책임 규명을 위해 인권 침해의 ‘가해자’로 분류할 수 있는 북한 내 기관과 인물들을 단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책임 규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권 유린의 재발 방지에 있는 만큼 상징적인 차원에서만 처리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책임 규명 대상에서  김정은과 노동당,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무력부 등은 물론이고, 각 부서 내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감시나 처벌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에게 대북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북한인권 실태를 지속적으로 알려,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규명의 정당성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27일 유엔 북한인권서울사무소 개소 1주년을 기념, 연세휴먼리버티센터와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가 개최한 ‘북한인권 책임규명’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최고지도자 김정은만을 궁극적인 책임자로 지명하게 될 유혹과 늘 마주하지만 이처럼 상징적인 타겟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김정은은 북한 반(反)인도범죄의 가장 정점에 있는 사람이나, 그 아래의 기관과 사람들 중 북한인권 가해자로 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책임 규명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노동당이나 국가안전보위부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지역별 정치범수용소 책임자 등 인물들을 언급하면서 “현재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들의 명단을 상당히 많이 파악하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는지도 알아내야 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진실 규명 등에 협력한 이들에 대해선 책임 처벌에 있어서 어느 정도 관용을 줄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북한인권 책임규명의 목표는 인권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면서 “인권 유린 책임자들에 대한 명단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은 물론 엘리트 계급에게 대북 라디오방송이나 그 외 미디어를 통해 북한인권의 실상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알리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북한에서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이들이 반드시 그에 응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도 “(북한인권 유린의) 상징적인 책임자 즉 북한의 최 고지도자에게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최고지도자에겐 당연히 책임이 있고, 이제는 그 아래 (인권 유린의) 체계와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북한의 인권 유린 시스템의 설계자와 명령자, 실행자 간의 선을 어떻게 그어 구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뢰커 교수는 이어 “북한인권 책임 규명의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인권 유린의 피해자들의 판단과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면서 “북한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가처럼 기능하는 곳이 아니라, 그 어떠한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국가기관의 혜택을 최대화하는 곳이다. 여기에서 탈출한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책임 규명의 범위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북한 외교관이었던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인권 책임자를 규명할 때 ‘조선노동당’ ‘인민무력부’ ‘인민보안부’와 같이 포괄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인민무력부의 ‘보위국’이나 국가안전부의 ‘수사국’ ‘검찰국’ ‘예심국’ ‘농장관리국’, 인민보안부의 ‘제4국(교화국)’ 등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부원장은 이어 “각 부서별로 인권 유린을 자행한 실질적인 관리자들부터 처벌하면서 나머지 엘리트들이 이들과 대결 구도를 형성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백만 명의 북한 엘리트들을 한 번에 적으로 만드는 건 북한인권 개선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범죄에 대한 책임 규명을 할 것이냐는 문제에 있어서도 직업이전이나 거주이전보다도 반인도범죄, 반인륜범죄, 인민학살죄, 인민재산강탈죄 그리고 연좌제 등 북한인권 유린의 핵심적인 범죄들부터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범죄에 대해선 사실상 1000년 형을 선고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인권 유린과 관련된 기관이나 정치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되, 정치범수용소의 설계자나 기획자, 운영 관련자 또는 고문을 자행한 자 등을 먼저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노동당원이나 군부 전체를 인권침해의 가해 집단으로 일괄적으로 매도하게 되면 그들 전부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서버릴 수 있다. 인권 침해의 근거를 찾을 때 그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와도 손 쓸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인권 유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훗날 북한 내 기관 개혁 등의 작업도 필요한 만큼, 책임 규명의 가이드라인을 정함에 있어 현명한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국제심포지엄 이후에는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관련 분야 권위자들이 모여 유엔 및 각국 정부에 원활한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해 ‘현인그룹’ 설립 행사를 개최한다.

국제심포지엄부터 현인그룹 설립 행사에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마이클 커비 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 대사, 손야 비세르코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회원, 비팃 문다본 전 유엔 특별보고관 등 다수의 저명인사가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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