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금융제재, 북한 ‘레짐 체인지’ 겨냥했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한미 양국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가 “김정일 정권의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으로 논란이 한창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G20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정상회담,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 등 수차례 한미간 천안함 대응 논의과정을 거친 이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관측에서다.


결국 천안함 사건이 한·미의 대북정책 방향에 큰 변화를 만들었고, 그 방향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교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22일 ‘2+2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대북 금융조치가 “북한 지도부와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한미의 공통인식에서 나온 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김정일 통치자금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지도부 내 균열을 만들어 북한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북전문가들은 한미가 이 같은 견해를 상호 교환했을 수 있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제재가 ‘북한정권에 고통을 주겠다’는 차원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레짐 체인지’에 초점을 둔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한미의 대북 금융조치가 북한정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효과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한미가 천안함 사건 이후 6자회담, 남북경협 등에 대해 회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개혁개방을 돕는 것도 북한체제 변화의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북한을 압박해 ‘고통스러워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소장은 “한미의 태도변화는 있었지만, 정책변화로까지 이어졌을지 여부는 만무하다”면서 “북한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사항이 과도하게 부각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익명의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도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레임 체인지’에 맞춰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그 정도까지 수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가 ‘레짐 체인지’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의 태도 여부에 달려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오바마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미의 대북 정책방향을 떠나 미 행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금융제재는 김정일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금융제재는 상당한 영향, 충격을 줄 것이다. 대상과 폭, 명분과 근거 면에서 2005년 9월 BDA(방코델타아시아) 동결조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BDA조치는 북한이 핵실험이란 ‘초강수’를 두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했을 만큼 ‘뼈아픈’ 조치였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협조가 관건으로 남는다. 이 전문가는 “미국의 금융제재에 중국이 동참할 시 그동안 국책은행의 불법행위 방조가 밝혀질 것”이라며 “미국의 설득이 관건이지만 최근 미중간의 갈등 양상을 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고 중국의 협조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편 한미의 이 같은 초강경 대북 대응조치라는 공통인식은 결국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평화체제 논의 등 대화재개 요구를 당분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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