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군사방송, ‘北주민 정보 자유화’로 확대해라

우리 군당국이 군사분계선 인근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데 따른 준비기간과 예산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만약 천안함 사건이 북한군의 소행으로 확인될 경우, 군당국은 2004년 6월 이후 중단해온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군사적 조치인 셈이다. 정부가 방송 재개 여부를 확정하기 전에 먼저 그것이 갖는 본질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사실 확성기 방송 재개가 갖는 의미는 ‘보복’이나 ‘화풀이’가 아니다. 큰 맥락에서 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내세웠던 대북정책의 약점을 보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 당시, 북한군은 남측의 확성기 방송이 한밤 중에는 개성지역까지 들린다며 지속적으로 중단을 요구했었다. 노무현 정부는 좁게는 ‘남북이 자원을 낭비하며 상대방을 경쟁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넓게는 ‘대북포용정책의 기조에 따른다는 차원에서 북측의 요구 수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6월 장성급회담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에 합의했다.


확성기 방송 중단과 함께 양측은 서로를 자극하는 행동도 자재했다. 결과적으로 김정일 정권과 소통과 교류는 활성화 됐을지 모르나, 남한 주민들과 북한 주민의 소통과 교류는 단절되고 말았다.


때문에 김정일 정권만 ‘포용’하면서 자유로운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권리를 ‘봉쇄’했던 과거의 오점 부터 재평가 되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은 김정일 독재 체제와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동안 우리가 염원하는 ‘확고한 안보’나 ‘평화로운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북한 체제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미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단기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도발과 위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을 마련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달성’이라는 미래 청사진을 마련해가야 한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우리와 북한 주민 사이의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북한주민들의 정보 자유화-에 전략적인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비무장 지대에서 남측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 군인들에 대한 확성 방송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까지도 남한의 ‘진정성’을 깨달을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대북라디오와 TV방송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다. 북한 당국에 대응해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정책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앞서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민간대북방송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대북 민간라디오 방송을 적극 지원하게 되면 남북 당국간 초래될 긴장상황의 리스크를 낮출 수도 있고, 북한의 각계각층 주민들에게 ‘맞춤형’ 방송도 가능하다. 


현단계 대북방송의 역할은 북한 주민들이 마음만 먹는 다면 언제 어디서나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의 필요성, 그리고 방법이 담긴 ‘구원의 소리’를 듣고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공공재’라는 이유로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전파’를 민간방송들에게 할당하기만 해도 북한의 정보 자유화는 획기적인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천안함 사건만 하더라도 북한 당간부들은 공공연히 자신들의 ‘성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후 남한의 대응이 현실화 될 경우 “남조선 친미 사대정권의 모략극”이라며 오리발을 내밀며 주민들에게 대남적개심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는 것은 옳은 전략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1997년 망명이후 줄곧 “김정일 정권과 사상전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각종 선전도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세뇌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내부통제력을 얻고 있는 김정일 체제의 생존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사상과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현재 ‘공공재’로서 관리하고 있는 전파를 민간방송에게도 할당하고, 방송 시설과 인력을 조금만 지원한다면, 수천억 규모의 군사무기로도 장담할 수 없는 ‘북한 주민의 의식화’가 가능하다. 민간방송들은 수년 동안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발휘하며 대북방송에 대한 실전경험을 쌓아왔다. 정부가 결단만 내린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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