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경수로사업 다시 도마위에

북핵 프로세스의 곡절을 보여주는 상징물이자 우리 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대북 경수로 사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제1차 북핵위기를 봉합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건설되던 신포 경수로는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의혹 공방 속에 제네바합의 체제가 붕괴된 뒤 건설이 중단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바로 그 경수로사업 종료에 따른 천문학적 손실과 그에 대한 책임소재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은 경수로 사업 청산 비용을 우리가 떠안는 대신 한전이 넘겨받은 8억여 달러 상당 기자재가 폐기될 상황이라며 경수로 관련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고,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경수로 건설비용(15억6천만달러)의 70%를 한국이 부담키로 한 결정 및 공사 착수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집권기에 이뤄졌음을 지적하며 맞섰다.

한동안 잠잠했던 경수로 문제는 시공사인 한전이 재작년 5월 경수로 사업 청산 후 납품업체 손실보전 비용 등 1억6천200만달러를 부담하는 대신 인수한 원자로발전기, 터빈발전기 등 8억3천만달러 규모의 기자재를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 도마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입수한 한전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2010년까지 경수로 설비를 보관한 뒤 경수로사업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폐기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2010년까지 대북 경수로 제공 합의라는 중대한 상황 진전이 없는 한 국민들은 9천억대의 장비들이 고철덩어리로 변하는 것을 지켜봐야할 상황이 됐다.

국민들로선 북한이 미국과 양자 협상을 해서 합의한 경수로의 건설비용 대부분을 우리가 부담한 것도 속이 쓰린 마당에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이 고철 더미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며 또 한번 속앓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한전으로서는 경수로 설비 중 원자로발전기와 터빈발전기는 기술이 뒤떨어져 해외수출이 어렵고 설계요건이 달라 국내 원전에도 활용할 수 없는데다 설비 보관 비용(작년 114억원)이 엄청나 순수 경영적 측면에서라도 폐기를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수로 사업이 종료된 2006년 당시만 해도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대북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는데 동의했다’는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문구에 기대를 걸고 경수로의 부활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특히 북핵 프로세스가 작년 2.13 합의를 계기로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서 언젠가 경수로 설비들을 재활용할 때가 올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런 기대 속에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지출 계획에서 경수로 계정을 없애지 않고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재 6자회담은 핵신고와 불능화라는 비핵화 2단계 마무리를 앞두고 진퇴의 기로에 섰고 북과 담판을 벌여온 미국은 내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일정 기간 북핵 및 대북 정책의 재검토기를 가질 것으로 보여 2010년말 이전에 경수로가 부활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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