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중유상품권’ 내용과 의미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연내 또는 빠른 시일내에 시행하기 위해 마련한 창의적 아이디어다.”

6자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한국과 미국 등이 추진중인 ‘중유상품권’ 방안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방안은 북한이 핵시설 폐쇄를 단행하면서 비핵화 동력이 충만하고 있는 현재의 국면을 순조롭게 다음 단계로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북한 역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내용 임을 이 소식통은 강조했다.

◇중유상품권이란 = 2.13 합의에서 한.미.중.러가 불능화 단계 종료시까지 제공키로 한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 물량 중에서 각국 별로 부담할 지원 품목과 양을 비핵화 이행단계에 맞춰 상품권 형식으로 북한에 발급하는 일종의 문서다.

한.미.중.러 등이 발행하는 상품권들을 불능화까지의 세부 단계 별로 각각 제공하면 북한이 해당 단계를 이행할 때마다 하나씩 받아간 뒤 필요할 때 현물로 바꿀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신고하는 시점에 중국, 러시아의 지원 품목을 담은 상품권을, 신고의 완전성이 검증되는 시점에 미국의 지원 품목을 담은 상품권을, 불능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한국의 지원품목을 담은 상품권을 각각 북한에 제공하는 식이다.

상품권에 각국이 제공할 품목을 특정해 명시할지, 대강의 액수만 명시해 놓고 북한이 필요한 품목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줄지 등 세부 방안은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안이 검토되는 것은 북한의 중유 동시수용 능력이 5만t 정도로 제한돼 있다는데서 비롯됐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불능화를 연내 또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달성하려하고 있다. 자칫 북한 측 수용능력 사정으로 중유 제공이 늦어져 2.13합의가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3월 6자회담때 경제.에너지 지원을 중유로 받길 희망하면서 중유 저장 시설의 한계를 감안, 95만t의 중유를 매달 5만t 씩 나눠 정기적으로 받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 등은 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에너지지원과 북한의 신고.불능화 이행이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 상황에서 19개월에 걸쳐 중유를 제공한다는 것은 곧 불능화 이행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 수용 가능성 있나 = 아직까지 북한은 이 방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자금이 미 당국의 결단에 의해 해제됐음에도 돈을 손에 쥐어야 행동에 나서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북한이기에 이런 아이디어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 회의기간 불능화 단계까지의 상응조치로서 꼭 중유가 아니더라도 전력 등 다른 형태의 에너지 지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북한이 중유 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형태의 에너지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 이런 상품권 제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단기간에 상응조치 제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소식통들은 “상품권의 취지를 융통성있게 운영하면 북한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품권의 권리에 중유 뿐 아니라 북한이 요구하는 전력이나 발전소 보수.유지 등도 함께 담을 경우 북한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한.미.중.러 등은 이 제안을 18일부터 시작된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북한에 1차적으로 전달한데 이어 회담 이틀째인 19일에도 `불능화 시간표’를 집중 조율하는 한편 이 제안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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