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중대제안’ 놓고 관심 증폭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마련한 ‘중요한 제안(중대 제안)’을 놓고 날이 갈수록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도 이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이 잇따랐지만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제안된 후 미국에 설명했다”며 새 사실을 공개했지만 “아직 공개하기엔 문제가 있다”며 내용 설명을 유보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설명할 때만 의미를 갖는 것”, “북측이 이를 수용할 때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 이를 제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 설명할 수는 없었다” 등의 수수께끼 같은 대답으로 오히려 궁금증을 키웠다.

이 제안이 첫 등장한 것은 지난 달 16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에서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당시 김만길 북측 단장을 향해 “북측이 6자회담에 나올 경우 우리측은 핵문제 해결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제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중요한 제안’이라는 제목만 나왔을 뿐이며 그 내용은 북측에 전달되지 않았다. 우리측은 같은 날 서울에 있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이런 상황을 전했지만 똑같이 내용까지 설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정 장관이 6.15 통일대축전 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 지난 17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이다.

정 장관이 서울로 돌아와 “중대 제안 내용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 했다고 정 장관은 전했다.

정부는 아직도 중대제안에 대해 “6자회담이 열리게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일절 함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대제안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설명, 그 ‘중대성’을 반증했다.

이런 중대제안의 내용은 그 탄생 배경과 목적을 통해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북한이 지난 2월 10일 핵무기 보유선언에 이어 3월 31일 군축회담 제의로 북핵 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데도 불구, 6자회담이 1년째 열리지 못하면서 느끼는 우리측의 위기감을 그 배경으로 우선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회담이 열려도 진전을 못보는 최악의 경우까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회담이 열렸는데 진전 없이 끝난다면 북핵 문제가 회담 재개 전보다 더 풀기 어려운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이다.

결국 회담이 열린 뒤에는 반드시 진전을 봐야 하기에 ‘중대 제안’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마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중대제안은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통해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를 꿰뚫어보고 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체제문제이고, 가장 절실한 것이 경제문제인 점을 감안할 때 중대제안은 그 두 가지 기둥으로 구성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인 것이다.

이 중 경제 문제는 경제회생에 필수적인 에너지 지원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이런 견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런 북한의 희망을 감안해 지난 3차 6자회담 때 내놓은 해법이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우리측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한 핵 동결을 시작으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등 단계별 상응조치와 그에 이은 핵폐기 완료 후 북ㆍ미 국교정상화에 이르는 북핵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중대제안은 당시 해법의 바탕 위에 북한이 솔깃해할 수 있는 파격적인 알맹이가 추가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3차 회담 이후 북한이 미국의 보상 참가 여부가 문제 해결의 열쇠에 해당한다며 미국의 참여를 촉구한 점을 감안했다면 중대제안에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미국의 참여 방안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 장관은 29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부시 행정부의 고위급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어서 중대제안이 우리측 복안에서 다자안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