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조건없는 제도적 지원’은 뭘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북한에 대해 많은 양보를 하겠다며 제도적 지원까지 언급하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조건 없는 지원 방침을 언급한 ‘물질적’ 부분은 대북 경제협력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제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쉽게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자들도 그 내용에 대해 시원스러운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남북 회담과정에서 나온 북한의 주장을 되짚어 보면 여러가지 가능성을 제기할 수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측은 작년 12월 제17차 장관급회담에서 이른바 정치·군사·경제 분야의 장벽을없앨 것을 주장한 데 이어 지난 4월 18차 회담에서도 “낡은 대결시대의 그릇된 관행과 관습, 제도적 장벽들을 제거해야 한다”며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측의 이 같은 주장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정치·군사 분야의 요구사항.

먼저 군사 분야에서 북측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제3차 장성급회담에서는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를 근거로 대며 우리측 북방한계선(NLL)을 겨냥, 해상 경계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다.

이 같은 북측의 주장 가운데 군사연습 중단 문제는 연례 방어 연습인데다 한미동맹의 상징에 가까운 것으로, 단기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NLL 문제 역시 당장 협의하기보다는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어갈 때 거론될 수 있는 장기적인 사안에 해당한다.

결국 북측이 제기한 정치적 현안들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측은 17차 장관급회담 기본발언에서 “정치적 분야에서 체제대결의 마지막 장벽들을 허물어버리기 위한 결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참관지 제한 ▲상대 존중 언동에 대한 제동 ▲구시대적 법률.제도적 장치 등을 철폐대상으로 꼽았다.

참관지 제한 철폐 주장은 18차 때도 “자기측 인원들이 상대측 성지(聖地)와 명소, 참관지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라는 제안으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이의 밑바닥에는 ‘뜨거운 감자’에 해당하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자리잡고 있고 그에 따라 심각한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분야와 마찬가지로 쉽게 결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사안들이다.

예컨대 참관지 제한 철폐는 그 대상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등이라는 점에서 국보법과 연결돼 있다.

우리측 주민이 이들 장소에 어떤 의도로 가서,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노 대통령의 발언이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한국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거론하면서 “양보를 원칙없이 국민이 보기에 따라서 자존심 상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 이런 관측과 다소 상반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밝힌 ‘많은 양보’의 핵심으로 국보법 문제가 거론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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