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지원’ 현안 부각..정부 선택 뭘까

북한에 대한 쌀지원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정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극히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 제재국면에서 쌀지원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현재 정부는 대북 쌀지원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24일 `천안함 조치’에서 대북지원사업은 원칙적으로 보류하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만 개별적으로 승인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논의의 물꼬를 튼 한나라당 내부에서 여전히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쌀지원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북간 긴장상태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온 터여서 정부가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쌀재고 처리 논란과 쌀값 폭락 문제가 심각한데다 북한이 최근 신의주 등에서 홍수피해로 인한 식량난이 심화되는 상황도 변수가 되고 있다.


정부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북한에 처음으로 쌀 15만t을 제공한 이래 2001년을 제외하고 2007년까지 매년 쌀을 지원해왔지만 현 정부가 대규모 식량지원을 비핵화와 연계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만일 정부가 향후 대북 쌀지원을 결정할 경우 전반적인 대북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인도적 차원의 북한에 대한 쌀지원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제재 국면을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단행된 청와대와 정부의 개편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발탁되면서 대북기조가 좀더 유연하게 바뀔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임 실장은 지난 해 10월 싱가포르에서 극비리에 북한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고 이 내정자도 대북특사 후보로 여권에서 거론된 바 있다.


앞으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권 내 목소리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변화의 여지가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최근 이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에 이어 한나라당의 쌀지원 제안에서도 통일부와 청와대, 여당간 조율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흐름이 여당에서 나오고 있다”며 “식량지원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인도적이고 북측도 받아들이기 쉬운 부분인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