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겨냥 北 포격으로 南北 긴장 고조

북한군이 20일 대북확성기가 설치된 경기도 연천군 소재 우리 군 28사단 지역에 2차례 포격 도발을 가했다.

이날 오후 3시 53분경 북한군은 대북확성기에서 수 km 떨어진 곳에 14.5mm 고사총을 1발 발사했고, 우리 군의 ‘아서-K’ 대포병레이더가 탄도 궤적을 포착했다. 도발 원점은 MDL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곳으로 추정된다. 포탄은 4.5km 가량 날아가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3km 떨어진 경기 연천군 중면 인근 야산에 떨어졌으며, 이는 우리 군 28사단에서 운영 중인 대북확성기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곧이어 4시 12분경 북한군은 또 한 번 76.2mm 직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수발을 쏜 것으로 확인됐다. 포탄은 MDL 남쪽 700m 지역에 떨어졌다. 직사포는 대포병레이더로 포착이 어렵기 때문에, 군 당국은 우리 군이 육안으로 확인한 포연(砲煙)과 소리 등을 보고 받아 직사포로 최종 결론 내렸다.

우리 군은 오후 5시 4분경 155mm K-9 자주포 수십 발로 대응사격을 가했다. 북측의 사격지점을 파악하느라 대응사격이 1시간가량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는 “첫 번째 포탄이 떨어진 지점으로 확인하러 가는 도중 20분도 되지 않아 두 번째 포격이 일어났다”면서 “우리 군의 피해가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해 두 번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몰아서 한 번에 수십 발의 155mm 포탄 공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격으로 인한 우리측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해 우리 군과 정부는 북한군의 포격이 발생한 연천 횡산리 삼곶리 마을 등 인근 주민 200여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또 군 당국은 포격이 가해진 지역 인근 전 부대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경계부대 병력을 대피소로 이동시킨 상태다. ‘진돗개’는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국군의 방어 준비태세로, 이번에 발령된 진돗개 하나는 전면전 돌입직전의 심각한 상황을 대비하는 단계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하고 이날 발생한 북한군의 포격에 대한 대응책 마련 회의에 직접 나섰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주민 안전과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군은 주한미군과도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도발 직후인 오후 4시 50분경 남북 연락관을 통해 김양건 당 중앙위 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에 따르면, 서한은 “대북확성기 방송은 선전포고다.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하면서도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오후 5시경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인민군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을 국방부에 보내 “(오후 5시부터) 48시간 안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정은도 이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게 ‘완전무장’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김정은이 북한군에게 ‘완전무장 전시상태’로 이행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해당 지역의 당·정권기관, 근로단체, 안전·보위·인민보안 사법검찰기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을 비롯한 모든 단위를 준전시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도 논의됐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포탄 도발 사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남측이 군사도발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격 이후 북한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긴급보도를 통해 “아군이 남측으로 포탄 한 발을 발사했다는 있지도 않은 구실을 내대고 있다”면서 “(남한에서) 아군 초소들을 목표로 36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분별없는 망동을 부리었다”고 부인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에 이어 대북확성기 인근을 향한 포격마저 전면 부인함으로써 남북 경색의 상황 책임을 우리측에게 전가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도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군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북한군이 군사 분계선 일대 초소에서 남쪽을 향한 총안구를 개방하는 모습 등이 자주 포착돼 우리 군도 경계 태세를 강화해왔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경기 연천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겨냥해 고사총을 발사한 지 10개월 만에 같은 지역에 포탄을 발사했다. 대북확성기 인근을 향한 포격이었지만, 이번 도발로 북한이 우리측의 대응 수위를 떠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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