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단체의 ’맏형’ 격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상임대표 강문규)이 8일 오후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녘 주민의 극심한 식량난이 외부에 알려지고 북한 당국조차 긴급지원을 호소하던 때인 1996년 창립돼 식량지원에서 개발협력까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현재 농업기계화 및 시설영농 지원,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농촌현대화, 병원현대화와 기초의약품 생산, 정보기술(IT)인력 교육 등 컨소시엄 형식으로 매년 80억-100억원 규모의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체의 이용선 사무총장은 “10년 전만 해도 대북 지원이 있었지만 단발적인 성격이 강했고 조직적으로 지원하지 못해 공공연한 지원이 생소한 상태였다”며 1994년 ’조문파동’과 남북 정상회담 등의 악재 속에 당국 간 교류가 막혀 있었다고 회고했다.
대홍수와 가뭄, 낙후된 경제시스템, 사회주의권 붕괴 등으로 북녘 주민이 ’떼죽음’을 당하던 시절 남한 정부는 ’북이 호소하면 지원한다’는 입장이었고, 북한 정부는 조문파동 후 ’YS와 대화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맞섰다.
남북 당국이 평행선을 달리던 시기 민간차원에서 북한 동포돕기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김수환 추기경,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고(故) 강원용 목사 등 종단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33명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출범시켰다.
’운동’이라는 대북지원 연대 네트워크를 통해 남한 사회에 북녘 동포 돕기 운동을 불러일으키고 남북 화해기반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출발이 그렇게 순탄치는 않았다.
출범 직후 강릉지역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터져 50억 모금운동이 중단됐고 직접적인 대북지원 운동에서 평화운동으로 방향을 돌리게 된 것.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녘 주민의 참상을 알리는 캠페인에 주력하다 1997년 옥수수 10만t 보내기 범국민캠페인으로 대북 지원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번에 창립 10주년 행사가 열리는 63빌딩 국제회의실은 바로 1997년 4월12일 범국민캠페인의 시작을 알린 ’옥수수죽 만찬’ 자리다.
당시 행사장에는 800여 명의 후원자가 참석, 북한에 옥수수 1만1천800여t을 보낼 수 있는 돈이 모였다.
1997년 400만명이 참여한 모금운동에 이어 1998년 전세계 135개 도시에서 ’하루 한 끼 굶어 북한 동포를 돕자’는 캠페인으로 대북지원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1999년 대북지원 독자창구이자 공익성 지정기부금단체로, 2001년에는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됐다.
또 2004-05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체를 연임하는 등 명실상부 대표적인 대북 지원단체로 자리잡았다.
처음 긴급지원 형식에서 탈피해 농업, 보건의료, 교육, 산림녹화, 복지 등 북한의 사회개발을 돕고 전면적인 경제개발을 위한 ’중간고리’ 역할을 하자는 것이 단체의 방향이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을 통해 남북한 최소한의 화해협력 기반을 만들었다는 자체 평가와 함께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협력사업의 모색, 정치 상황에 휩쓸리지 않는 협력체계 구축 등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사무총장은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대북지원에 대한 공감을 사회적 합의와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사일이나 핵실험, 뒤이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등으로 남북관계가 10년 전으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