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정부 조급증…2.13 국제공조 차질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김정일 비자금 송금문제가 해결되면서, 4월 중순의 이행 기한을 훌쩍 넘기고 있던 2.13합의의 실행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영변 핵시설 폐쇄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의 방북이 있었고,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전격적인 방북도 이뤄졌다.

2.13합의의 교착국면이 풀리자 한국정부는 대북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정부는 올 들어 40만t의 식량차관, 비료 30만t, 경공업 원자재 등 3천480억 원 규모의 대북지원을 하기로 이미 결정하였고, 2.13합의에 따라 북한의 핵시설 폐쇄 등 초기조치 이행에 상응하여 중유 5만t을 지원하게 되어있다.

이에 정부의 대북지원을 둘러싸고 항상 벌어지던 ‘퍼주기’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데, 정부의 조급증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왕에 정부가 각종 대북지원을 2.13합의 이행과 연계시켜 유보했던 만큼 북한의 약속이 확실하게 실천 되고나서 지원을 하는 것이 원칙에 맞고 이행촉진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지원을 둘러싼 다양하고 오랜 논란들을 이 글에서 다 다룰 수는 없고, 2.13합의와 연관된 대목에서 우선, 대북 선(先)지원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정부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처럼 우리가 북에게 특별한 성의를 보이면 북한의 행동을 순방향으로 유도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우리정부의 성의에 대해 주먹으로 응수하는 등 숱하게 웃는 얼굴에 침을 뱉어왔다. 이런 북한정권의 속성 때문에 대북 선지원은 북에게 부과된 의무이행을 촉진하기 보다는 ‘약속 안 지켜도 지원은 계속 된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만 쌓이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햇볕론자들은 이른바 ‘먹고 튀는(지원은 받고 핵 폐기는 안하는)’ 우려는 낡은 냉전식 불신이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비즈니스 개념을 적용하여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고나서 지원을 하면 믿느니 안 믿느니 하는 이런 소모적 논란 자체를 잠재울 수 있다. 한국정부가 북한문제에 한해서는 유독 주관적인 희망이나 감정을 개입시켜서 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2.13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폐기 과정이 순조롭게 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지금까지 북한정권은 약속이나 합의에 대해 아주 태연하게 뒤집기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간이나마 북한의 약속이행을 강제하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는 대북지원은 말 그대로 단계적으로 푸는 당근이 되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북지원 조급증은 국제공조에서도 차질을 빚게 된다. 2.13합의가 이행되지 않던 지난 5월말의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한국 측은 북한의 끈질긴 지원요청에 다행히 ‘NO’를 했지만, 사전에 미국의 공조에 대한 강력한 요청이 없었다면 과연 어땠을지 의문이 든다.

지난 김대중 정부이후 한국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지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해왔지만, 북한주민의 인권에 대한 그들의 지독한 무관심으로 미루어 볼 때, 인도적 고려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된다. 오히려 그들은 햇볕정책의 성공이라는 강박 때문에 대북지원이 중단되는 상황을 극도로 끔찍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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