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식량, 김정일 이권사업 전락 막아야

▲ 인민군병사가 트럭 짐칸에 올라타 쌀을 감시하면서 군대의 창고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후지TV 화면 캡처>

우리가 북한에 지원해온 쌀이 일부 군량미로 전용되고 있다는 오랜 의혹의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었다. 군 당국에서는 적어도 2003년 이후 북한군 전방부대 지역에서 대한적십자사 마크 등이 찍힌 마대들을 하역하거나 쌓아두고 있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관측해왔다고 한다. 대북지원 쌀이 북한군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충분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일 정권이 대북지원 식량을 사유물처럼 제 멋대로 분배해왔다는 사실은 탈북자와 국제구호단체 관계자의 증언들과 장마당 현장 등의 비밀 촬영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었다.

다만 한국정부가 그 증거를 직접 확보하고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증언들에 따르면 김정일정권은 대북지원 식량을 군대에 빼 돌릴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팔아 통치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기구의 감시를 농락하고자 주민들에게 주었다가 다시 빼앗는 쇼를 벌이기도 한다.

매년 4~50만톤에 이르는 우리의 대북식량지원은 당장 굶주리는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인도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북한체제가 말로는 평등을 떠들고 있지만, 소수권력층과 이와 결탁한 자들은 결코 굶지 않는 극도의 불평등 사회이다.

따라서 대북 지원식량이 빈곤층에게 전달되느냐 여부는 인도적 목적 실현의 관건이다. 특히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전혀 없는 북한체제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외부지원 식량의 분배투명성과 외부의 모니터링을 항상 강조해왔던 것이다.

‘묻지마’ 대북지원이 문제없다고 주장한 현 정부 등은 대북지원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되어도 북한이 가용할 수 있는 식량 총량이 늘어나면 일반 주민들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나아가 이들은 북한 군인들도 인도적 견지에서 굶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실용적(?) 인도주의론을 펴왔는데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김정일정권의 대북지원 식량의 분배권 독점은 그 권력을 유지 강화하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역설적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외부지원을 촉진시켜 정치적 불안 대신 권력강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분배투명성을 문제 삼지 않는 ‘묻지마’ 대북지원은 김정일의 금고를 채워주어 독재체제 연장을 돕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북식량지원이 북한의 가용식량의 총량을 늘린다는 발상 또한 중국변수를 간과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비극적 식량난의 충격이 휩쓴 후에 북한주민들은 중국에서 식량을 사서 장마당에 내다파는 생존법을 찾아냈다. 일반 주민들의 입장에서 대북식량지원은 북한 내의 곡물가격을 조금 낮추는 효과정도가 있을 뿐이고 어차피 돈을 내고 사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분배가 왜곡된 대북식량 지원은 김정일 정권에게는 엄청난 이권이자 혜택이지만, 일반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뿐 아니라 자신들을 억누르는 체제 연장의 촉진제라는 극명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존재한다.

이제 신정부가 들어선 만큼 대북식량 지원의 분배 투명성에 대한 대북압력을 강화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유례없는 철권통치가 행해지는 북한에서 식량분배의 투명성을 완벽하게 확보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조건화를 통해 김정일정권이 상당한 부담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햇볕정책 10년을 거치면서 남한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매우 커져버린 북한정권은 이런 압박에 대해 마이동풍으로 배짱을 부릴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끈질기고 일관되게 분배투명성을 요구하면 어느정도 빈곤층에게 대북지원의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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