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예외 없이 북한에서 대량아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첩보수준의 정보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대북지원 단체는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 신의주에서 시당(市黨) 차원에서 조사한 결과 300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식량이 없어 당장 굶어죽게 된 세대가 약 1,000여 세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량 아사설’은 유력 언론과 인터넷 매체들을 거치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대량 아사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단체는 지난 달에도 소식지를 통해 “올해 1월 초부터 26일까지 단천시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가장 많이 나왔다”며 “단천시의 각 인민반마다 굶주림 때문에 일하러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사망자도 하루에 1, 2명씩 나왔다”고 전했다.
또 “평안남도 순천시와 평성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사자 발생 현상이 심상치 않다”면서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1월 중순 이후 한 달 사이에 벌써 몇 천 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 2007년 7월 “함흥시에서 아사자 300명 이상이 발생했고 함경북도 온성에서는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읍에서만 80여 명 이상이 숨지고, 농촌 마을에서도 40-50명가량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2008년에도 “황해북도 금천군에있는 농장마다 아사자가 매일 1-2명씩 발생했고 황해남도 옹진군과 룡연군에서는 하루 평균 아사자가 7-10명씩 발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대부분 농촌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식량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여서 주민들의 아사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에도 “150일 전투를 시작하면서 처음 한 달은 얼마간 식량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곳은 나머지 4개월 이상 식량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작년에 분배받은 식량이 일찌감치 떨어진 빈곤 농가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고 함경북도뿐만 아니라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그리고 강원도 등지에서는 아직도 굶어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은 90년대 이후부터 줄곧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2010년 북한의 식량 수급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가을부터 올여름까지 생산될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정곡(도정한 곡물) 기준으로 380만∼400만 톤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식량 생산량 및 소요량에 대해서는 국제기구나 정부기관, 탈북자의 증언이 모두 달라 정확한 수치를 계량화하기 힘들지만, 농경연은 북한의 곡물 소요량을 523만 톤으로 추정하며, 약 120만 톤에서 140만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식량 부족을 경고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지난해에 약 411만 톤의 식량을 생산해 작년 북한의 식량수요량인 548만 톤에 비해 130만 톤 이상이 부족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에서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했다는 추후 정보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400만 톤 이상의 식량 생산량은 대량아사가 진행됐던 1990년대 중반에 비해서는 최소 100만∼150만 톤 가량이 더 많은 수치이다.
당시 식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한 탈북자는 “1994년 당시 전국적으로 식량 생산량이 150만 톤에 불과할 정도였으며, 1996년까지는 200만 톤 생산에 그쳤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 1990년대 중반에 일어난 식량난은 주민들이 생존의 방법을 모르고 ‘앉아서 당한’ 상황이었다. 이 식량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스스로 생존기법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시장이 열리고 장사가 활발해졌다. 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북한은 시장을 봉쇄했지만 최근 식량난이 고조되자 다시 시장을 열었다.
올해는 유엔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어 대북지원이 크게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대북지원의 상당량을 차지해온 남측이 자국민 보호와 핵문제를 이유로 대북지원을 유보하고 있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 시키는 요소다.
그러나 아직 대량아사가 발생할 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예년과 같은 배고픔에 대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대량 아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00명 아사설’이 제기된 신의주는 평양이나 혜산과 비교해봐도 쌀값이 싼 지역 중 하나다. 데일리NK의 조사에 따르면 신의주의 쌀가격은 지난 2월초 350원에서 2월 중순엔 450원으로 올라갔고, 2월 말에서 3월 초에는 1000원에서 1100원대까지 뛰었지만 그나마 신의주는 쌀값이 세 지역 중 가장 낮았다.
소위 쌀값 폭등은 북한의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전반적인 물가상승이 원인이다. 식량 절대량의 부족이라기 보다는 유통 체계의 혼란이 주요한 영향으로 꼽힌다. 단기적 쌀값 상승 현상을 대량아사의 전조로 해석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 북한의 인플레이션이 어느 한도에서 주춤해지면 식량 유통이 재개될 수 있기 때문에 ‘무더기로 굶어죽는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다. 정치적인 불만이 커지고 살기 어려워지는 것과 대량 아사는 구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데일리NK의 신의주 소식통은 12일 “아직은 대부분 노동자들이 강냉이든 죽이든 끼니를 연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300명 대량 아사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주변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는 정도는 아니다”며 “영양상태가 안 좋아 병들어 죽은 사람들은 있으나, 정작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농민들이 뙈기밭(텃밭)에서 생산한 식량이 아직 시장에 본격 유입되지 않고 있고, 사람들은 굶게 되면 고리(高利)라도 식량을 빌어 먹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범죄라도 동원하기 때문에 1990년대 중반과 같은 사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NK지식인연대 관계자도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장마당에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물품을 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 식량 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까지 대량아사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식량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내성이 생겨 대량아사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