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단체들도 ‘잘 주기 국제공조’에 적극 나서자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세계식량계획(WFP)이 처음으로 한국말을 하는 직원을 통해 북한에 지원한 식량의 분배를 감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데일리엔케이’는 WFP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대북식량지원 활동을 벌여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어 사용자를 통해 북한에 지원된 식량이 제대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지를 확인하게 됐다는 사실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WFP에 따르면 대북 비상식량지원이 처음 시작된 1995년 이래 국제사회의 계속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단 한번도 한국어 구사 요원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당국이 분배의 투명성을 일부러 가로막아 온 지도 벌써 13년이 됐다는 이야기다.

WFP 뿐만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정부가 거의 매년 40만 톤 가량의 식량을 지원했으나,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10년간 매년 식량을 퍼주면서도 우리가 주는 쌀이 굶주리는 주민들의 입에 들어가는지, 김정일과 통치집단의 수중에서 마음대로 사용되어 결과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막는데 악용됐는지, 도대체 알길이 없었던 것이 지난 10년이었고. 그것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묻지마 지원’이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50만t의 식량지원을 하기로 하면서, 북한당국에 모니터링 확대문제를 강하게 요구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WFP는 북한 당국과 128개 군(郡), 500만 명에게 식량을 지원하기로 대상을 늘리고, 현재 10명의 분배감시요원도 59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분배감시 요원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 식량분배 명세를 확인하면서 지역을 임의로 선정하여 분배확인 방문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과거엔 식량분배 모니터링팀이 분배 지역을 방문하려면 북한당국의 허락을 받는데 1~2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24시간 이내에 방문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이것을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에 비교하자면, 정기사찰, 임시사찰보다 훨씬 강력한 ‘불시 사찰'(challenge inspection)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번의 조치로 대북지원 식량이 100% 투명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10여년 보다 5~6배 이상은 투명성이 확보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올해에 투명성이 30% 정도 확보되면 내년에는 50%, 그 이후에는 70% 정도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도 외부 세계 사람들의 따듯한 체온을 느낄 것이고, 북한 체제가 빨리 개방되기를 더 원하게 될 것이다.

지난 10년 북한주민들이 외부 식량을 받아본 경우는 대략 4% 정도였다고 한다. 절대 다수인 96%가 지원미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고, 도리어 장마당에 나온 대한민국 쌀을 가뜩이나 쪼들리는 살림에 돈주고 사먹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되풀이되어 왔다. 속사정이 이러한데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무조건 퍼주기’로 청맹과니 짓을 해온 것이다.

‘데일리엔케이’는 그동안 대북 식량지원을 적극 찬성해왔다. 그러나 ‘묻지마 퍼주기’는 안된다는 입장이었고, 특히 우리가 주는 쌀이 무엇보다 먼저 북한의 어린이, 노약자, 여성들의 입에 들어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대북지원단체들은 ‘잘 주기’보다 ‘퍼주기’에 더 중점을 두어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데일리엔케이’는 식량뿐 아니라 대북 의약품 지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약품 지원의 원칙도 ‘퍼주기’가 아니라 ‘잘 주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의 WFP의 경우처럼 국제기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의약품 지원도 유엔 기구나 ‘국경없는 의사회’를 비롯한 국제NGO와 연계해서 지원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대북지원단체들은 그동안 ‘선한 일’을 많이 해왔다. 그러나 한번 더 심사숙고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대북지원을 하면서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에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지, 아니면 죽어가는 북한주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인지를 먼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먼저라는 확신이 서면,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북한주민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혼자서 스타가 되는 솔로(solo)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되도록 낮추고 전체적인 앙상블을 중요시 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북지원단체들은 이번 WFP의 모니터링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국제공조도 더 잘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