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과 꽃제비 증가, 악순환 고리 당장 끊어라

통일부는 11일, 2004년 북한에 대한 한국의 인도적 지원액이 약 2억5천만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정부지원금이 1억1천만달러였고 민간지원금이 1억4천만달러였다고 한다. 사상최대치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지원금 1억6천만러를 더하면 지난 한 해 북한으로 향한 지원금 규모는 무려 4억달러를 넘는다.

그러나 얼마 전 일본의 N-TV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현실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금이 사상 최대규모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먹이’를 찾아 장마당을 어슬렁거리는 어린아이들의 절망스러운 눈빛. 동상으로 발가락을 잃어버려 걷지 못하고 길바닥을 뒹구는 아이의 몸부림. 쌀 1kg 값도 안 되는 돈 때문에 몸을 팔아야 했던 여성의 양손에 채워진 검은 쇠고랑. 사상최대의 지원금이 북한을 향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과 절망의 무게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러한 현상의 비밀은 무엇인가? 다음 이야기에서 그 비밀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날 강도와 인질이 어두운 지하동굴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지하동굴은 너무 깊어 동굴 위쪽에 있는 사람들이 동굴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가 없었다. 간간히 강도와 인질의 싸움 소리가 들렸고, ‘밧줄을 던져달라’는 인질의 절규도 들렸다. 인질의 절규에 다급해진 동굴 위쪽 사람들은 각자의 옷과 허리띠를 연결해 밧줄을 만들고 그것을 지하동굴 속으로 던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밧줄을 잡은 사람은 인질이 아니라 강도였다. 잠시 후 사람들이 밧줄을 끌어올렸을 때 밧줄에 매달려 나온 것은 당연히 강도였다. 인질은 강도가 잡은 밧줄에 목이 졸려 죽은 채 어두운 동굴 속에 남았다. 사람들이 인질을 구하기 위해 던진 밧줄은 엉뚱하게도 강도를 살리고 인질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 이야기를 실마리로 ‘사상최대의 대북지원’과 ‘꽃제비의 증가’라는 이율배반적 현상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사랑으로 만든 ‘밧줄’이 어둡고 깊은 수령독재동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것을 움켜쥔 것은 북한 주민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이었던 것이다. ‘선의(善意)’에서 출발한 우리의 지원이 북한의 수령독재와 선군정치를 강화함으로써 북한주민의 고통을 더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원칙과 방법을 바로 세우자. 우리가 던진 밧줄을 누가 잡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자. 가능하면 우리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 직접 북한주민의 손에 밧줄을 쥐어주자. ‘배분의 투명성’을 원칙으로 세우고 ‘직접지원’ 방법을 강구해보자. 적어도 인도적 지원이 북한주민의 목을 조르게 해서는 안 된다 .

이광백 논설위원 lkb@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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