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이견, 한-미 ‘마이웨이’로 가나

▲ 이종석 통일부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유엔안보리 대북결의 후 한미간 갈등이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북한제재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점점 톤이 높아지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미는 이미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 1주일을 넘기면서 한국정부는 중국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대북제재는 안된다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북아 세력 구도가 미 일 對 중 러 남-북의 모양새를 보이면서, 그중에서도 남북이 한 조가 되어 ‘왕따’를 초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미 갈등관계가 좋지 않은 기류에 휩싸인 상태에서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이장관은 23일 한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 “한국과 중국도 실패했지만, 논리적으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과정에서 미국은 일본과의 공조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공조보다는 중국의 입장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다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초래했다는 국내외 여론에 직면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1일 “결의안 채택 전 많은 나라들의 얘기들은 결의안을 만들어내는 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한국정부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24일 “미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스스로 고립화됐다. 중국도 이번 발사와 관련, 북한에 강한 적신호를 보냈는데,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금 ‘선군’ 중 군사비가 최우선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유엔 결의안을 토대로 북한에 강한 압박을 준비하는 반면 한국은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어 한미 갈등은 향후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다음에 취할 조치를 찾아야 한다”며 대북제재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관련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미-일의 압박조치에 중국이 반대 의사를 표명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한미간의 이견은 남북경협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해 핵과 미사일 개발로 현금이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자유로운 민간차원의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은 향후 한미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뇌관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일 정권이 ‘선군’을 하고 있는 이상, 인력 자금 자원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투입되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비용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전용문제는 향후 계속 불거질 수 있다.

북한 경공업성 간부 출신 김태산 씨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개성공단은 김정일의 한미 이간 전략에 의거한 것”이라는 견해를 보여왔다. 지금 상황이 그런 모양새로 가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미사일 사태는 국제사회에서 제재하기로 결의한 이상 한국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자금이 군사력 증강에 들어가고 있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면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에 그런 증거를 제시해줄 책임이 있다.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 한미 갈등이 증폭된다면 결국 김정일 정권의 전략에 말려드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