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돌입시 北 군사도발 가능성 크다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의 중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민관합동조사단의 공식 입장이 발표됨에 따라 향후 북한의 대남위협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은 합조단의 공식 발표 직후 군 최고 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를 통해, 전날엔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노동당 산하 ‘조국통일평화위원회’와 남한 친북세력의 지도기관을 자처하고 있는 ‘반제민족민주전선’ 등을 동원해 대남위협에 나섰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는 남한 정부의 날조”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입장 발표가 합조단의 공식 발표보다 직후 또는 한발 앞선 것을 두고 북한은 이미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종합 대응책을 확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20일 오전 10시 30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발표된 국방위 대변인 성명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한국 정부의 ‘날조극’으로 규정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 비난했다.


성명은 ▲천안함 침몰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 국방위 검열단을 한국에 파견 할 것 ▲한국의 응징과 제재에 대해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여러가지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 ▲서해를 포함해 북한의 영해, 영공,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자그마한 사건도 한계가 없는 보복타격, 자비를 모르는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 등 3가지 향후 조치를 다짐했다.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히면 전면적인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엄포’인 셈이다.


북한 노동당 대남기구 조평통도 19일 ‘고발장’이라는 이름의 성명을 발표, ‘천안함 침몰 사건은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기 위한 모략소동’이며 이에 대해서 ‘무자비하고 단호한 징벌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 및 해외 친북세력들의 전위조직을 자처하는 반제민전도 19일 ‘전체국민에게 보내는 격문’을 발표하고 “리명박 패당은 천안호 침몰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억지로 날조하여 민심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제민전은 특히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수긍하지 않고 있는 일부 야당과 친북세력들을 의식한 듯 “(남한 집권당이) 안보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선거 국면을 역전시켜보려고 어리석게 획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이 가져올 후폭풍이 6.2 지자제 선거에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야당과 친북세력을 입장을 거들어 준 셈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당분간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물들을 전면 부정하는 이른바 ‘진실공방’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 성명에서 “(물증 확인을 위해)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할 것”이라며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합조단이 분석한 ‘수거 어뢰 파편’이 북한의 수출용 무기소개 책자에 소개된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 등의 명백한 증거가 제시됨에 따라 북한의 무조건 생떼가 국제사회에서도 통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증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국적 연합정보분석TF’를 꾸려 상황을 조사했던 점도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호열 고려대(북한학) 교수는 “북한의 선택은 정면돌파”라며 “우리 정부가 북한 검열단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북측은 물증을 확인하도고 계속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하겠지만, 정부가 국제적으로 공인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을 갖고 있는 이상 굳이 거부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검열단 파견 의사에 대해 “시간을 끌면서 한국내 여론 분열을 촉진시키고, 대북 강경 이미지를 동결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우리 정부가 검열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를 ‘남한 탓’으로 돌리고, 검열단을 보내 진상규명에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북한은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물에 대해 당분간 ‘무조건 부정’으로 일관하다가, 정부의 대북제재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군사적 위협을 통한 대남압박에 나설 공산이 커보인다.


국방위 성명에서는 “(남측의) 그 어떤 응징과 보복행위에 대해서도,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침해하는 그 무슨 제재에 대해서도 그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여러가지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우리가 수행하는 전면전쟁은 모략과 날조극을 꾸민 역적 패당과 그 추종자들의 본거지를 깨끗히 청산하고 그 위에 온 민족이 강성하는 통일대국을 세우는 전민족적이고 전인민적이며 전국가적인 성전으로 될 것”이라며 대남전면전쟁을 거듭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등을 금지하는 대북제재에 나서게 될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또는 비무장 지대(DMZ)에 대한 북한의 계획적인 도발 가능성이 커보인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함조단 발표를 앞두고 북한 경비정이 세차례나 NLL(서해북방한계선) 도발을 시도했던 것을 두고 그 진위 파악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면전 가능성’을 한국 사회에 상기시키기 위해 지난 1, 2차 연평해전 및 대청해전처럼 선제도발 후 한국 해군의 대응을 핑계로 교전을 확대시키는 전술을 북한이 재차 활용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또 “정부가 검토중인 휴전전 대북심리전이 재개될 경우 이런 시설물에 대한 선제공격 및 도발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가장 큰 문제는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심화될 경우 800여 명 규모인 개성공단내 우리측 인원이 사실상 인질로 붙잡힐 수 있다는 점이다.


국방위 성명에서도 “조선(북한) 서해를 포함하여 우리 주도권이 행사되는 영해, 영공,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자그마한 사건도 대결광신자들의 도발로 낙인하고 한계가 없는 보복타격, 자비를 모르는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다짐이 발견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에 입출입 차단 권한은 전적으로 북한이 쥐고 있는 셈”이라며 “북한이 ‘자그만한 사건’을 핑계로 개성공단 출입을 일방적으로 차단할 경우에 우리측 인원을 안전하게 데리고 나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10여년째 개성공단을 운영하면서 유사시 우리 국민들에 대한 안전한 소개 대책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일각의 지적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와 함께 6.2 선거국면을 맞아 남남(南南)갈등을 촉발시키기 위한 북한의 선전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 뿐만 아니라 반제민전까지 천안함 사건이 남측의 날조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군부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채널에 밀려 상대적으로 뒤편에 물러나 있던 반제민전이 다시 전면 등장함으로써 한국내에서 천안함 사건 증거에 대한 의혹 확산 및 대여 공세 강화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운동권들이 처음으로 선거에 공식 개입했던 1987년 대통령선거이후 북한은 한국 선거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모종의 행동을 취해왔다”면서 “그러나 북측의 이런식의 간접 ‘지시’가 실제 이번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합조단이 제시한 물증이 명명백백하다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 지금까지 밝혀진 정부의 대책은 ‘단독 대북제재'(대북심리전 재개, 북한 선박 제주해협 통과 봉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 차단 등)와 한미일 협조를 바탕으로 중국까지 끌어들여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를 채택하는 ‘외교 포위 전략’으로 압축된다.


북한은 자신들의 외교력에 한계가 분명함을 감안해 최종적으로는 대남위협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남은 문제는 중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이 천안함 사건을 ‘남북문제’로 국한시킬 경우, 외교문제로서의 폭발력보다 남북간 대립이 기본 구도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중국이 남과 북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북한은 더욱 집요하게 대남 군사위협 수준을 높여가는 ‘벼랑끝 전술’에 ‘올인’하게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