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정권에 대한 레짐·체인지(Regime change·체제 교체)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은 계간 ‘시대정신’ 봄호(통권 50호) ‘새로운 대북정책 패러다임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특집좌담>에서 “포용정책을 펴더라도 북한의 군사도발이나 무력공격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과감한 대북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북정책의 기조를 포용정책에서 북한의 레짐·체인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을 제언했다.
안 이사장은 이어 “한국의 대북정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군사국가라는 북한의 국가적 본질에서 연유한다”며 “북한의 군사국가로의 본질이 지속되고 한국이 북한의 요구에 무조건 호응해 주지 않는 한 한국에 대한 군사도발이나 무력공격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도 북한의 무력도발의 원인은 “북한의 군사국가로서의 성격이 ‘한반도 무력통일’이라는 국가정책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이 국제사회에서의 비판 등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면서 향후 도발은 직접적인 군사도발보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대표는 이어 북한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에 대안세력을 육성하고 정보전, 선전전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용석 평화통일국민포럼 정책위원장은 “북한의 도발은 내부의 정치적 위기 국면 탈피와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이중적인 목적이 있다”며 “북한은 남한의 국론을 분열시키는 수단으로 무력도발을 활용하는 데 끊임없이 집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정부가 공개적으로 레짐·체인지를 표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북의 체제를 바꿔서 통일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기존 포용정책의 포기보다 엄격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며 개성공단이 북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북한의 무력도발 시 개성공단의 규모를 점차 축소하면 체벌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보의 햇볕정책에 대해 “외부적 위협과 같은 냉전구조를 해소시켜 스스로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북한의 내부적 요인을 간과하여 오류에 빠졌다”고 진단하면서도 “현재의 대북 포용정책에서 북한을 강제할 수 있는 봉쇄정책을 수행하는 데는 국내적인 지지 및 중국을 포함한 국제적인 지지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직접적인 레짐·체인지 정책 표방에는 우려를 표했다.
윤 교수는 이어 북한의 무력도발의 원인을 3대 세습과정에서 촉발되는 내부의 정치적 요소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화폐개혁을 비롯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이 3대 세습과정에서 27살에 불과한 김정은이 군을 장악하기 위해 동원한 수단”이며 “3대 세습과정의 내부적 불안정성을 무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군사도발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북한의 도발은 대남도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최근에는 일본인 납치나 미국인 기자 억류 등의 테러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북이 핵을 가졌다고 생각한 이후 도발이 더 정교해지고 과감해졌다”고 진단했다.
시대정신 봄호에는 前 천안함 합조단장 윤덕용 교수 인터뷰,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의 ‘장하준이 잘못 말한 것들’ 기고문외에도 유호열 고려대 교수의 ‘새로운 대북정책 모색’,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의 ‘중국의 역할과 한반도’등의 내용을 담은 특집논문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