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추진 탄력받나

북한과 미국이 검증의정서에 합의하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함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이번 조치로 비핵화 2단계가 마무리 과정에 접어들면 북 핵폐기를 사실상 남북관계 발전과 협력의 전제로 삼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대북정책 추진에서 입지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이번 조치로 대북정책 추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북에서 호응할지는 모르지만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핵 문제 진전을 명분 삼아 대북 식량 지원, 개성공단 숙소 건설, 대북 통신 자재.장비 제공 등을 보다 적극적.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다루는 북.미 핵검증 협상이 타결되면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핵문제에 진전이 있다면, 그것에 맞춰서 각 분야 사업들이 검토되고 우리가 천명한 입장(비핵.개방 3000)에 맞춰서 조정돼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직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개별 사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이나 경협 관련 사안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되겠지만 이에 북한이 호응해 전반적인 남북관계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으로서는 대미관계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줄어 남측과는 계속 각을 세우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달 한때 대남 비난을 줄였던 북한이 최근 비난의 빈도와 수위를 모두 높이고 강경 메시지를 담은 해군 사령부 대변인 담화를 발표한 점, 삐라 살포가 계속되면 개성공단 사업 및 개성관광에 악영향이 있을 것임을 경고한 점 등은 좋지 않은 조짐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상당수 전문가는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전에는 남북관계를 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과 남의 화합과 대결,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며 이에 대한 지지와 이행을 강조한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담화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시각도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일단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분위기는 조성됐다”며 “그러나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이라는 근본 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오히려 북한의 강력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으로 인해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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