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천덕꾸러기 ‘평화공존론’은 폐기되었다

게임 이론에 ‘내쉬(Nash) 균형’이란 게 있다. 국제관계에서 정치 협상이나 경제 협상 전략에 활용되는 이론이다.   

이 게임 이론을 만든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는 “상대의 대응에 따라 자신이 최선의 선택을 하게되면 서로 균형이 형성되는데, 이 균형 상태에서는 각자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게 된다”고 하였다. 즉, ‘내쉬 균형’이란 “상대의 전략이 바뀌지 않으면 자신의 전략도 바꿀 유인(誘因)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내쉬 균형’을 설명하는 사례로 흔히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가 거론된다. 죄수의 딜레마란 두 죄수가 서로 협력하면 둘다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나, 어느 한 죄수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선택할 경우 결국 둘다 손해보는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남북한 현실에서 이같은 게임 이론이 잘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게 있다. 북한 세습정권이 선군주의 노선, 핵-경제 병진 노선이라는 ‘최선의 선택’을 한 상태에서, 상대(남한)가 먼저 전략을 바꾸지 않는 이상 자신의 최선의 선택을 바꿀 리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내쉬 균형 이론의 타당성을 보여준다.

그러면 핵-경제 병진 노선이라는 선택을 한 북한에 대응해서 남한이 어떤 선택을 해야 균형이 이뤄질까?  필자는 “핵에 대해서는 핵으로 균형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는 전통주의 전략이 맞다고 본다. 그게 아니면 북한의 핵을 없애버리거나, 또는 북한에 핵이 필요없는 ‘비핵개방 정권’이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두 죄수가 서로 협력하면 둘다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어느 한 죄수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선택할 경우에는 둘다 손해보게 된다. 다시 말해, 북한이 비핵 개방으로 나오면 남북이 둘다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북한이 오직 핵-경제 병진을 고수하면 결국 둘다 손해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선군노선 또는 핵-경제 병진 노선이라는 ‘최선의 선택’을 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남한이 북한에 협력하면 둘다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북한은 지난 20년동안 이같은 ‘최선의 선택’에서 한번도 이탈한 사실이 없다. 그래서 “상대의 전략이 바뀌지 않으면 자신의 전략도 바꿀 유인(誘因)이 없는 상태”를 지속해왔고, 그 결과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상대가 전략을 바꾸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이익을 본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남조선이 바뀌어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대북정책에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결정하지 못했고, 아직도 우리사회 내부에서 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며칠 전 신문 칼럼에서 ‘흘러간 옛노래’가 또다시 나오기 시작하였다. 중앙일보 7월 10일자에는 “남북의 평화공존 시대를 열자”는 칼럼이 실렸다. 구체적인 내용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 때와는 좀 다르지만, 남북한 평화공존과 교류협력-북한 비핵화 진전-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기본 틀은 당시와 대동소이하다. 1998년부터 논란이 되어온 소위 “먼저 주고 뒤에 받자”는 선공후득(先供後得)’론도 다시 등장했다.      

이 칼럼은 ‘평화공존론’이 재등장하고 나아가 “북한에 대한 정책적 배려 부족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긴장을 초래”(29면 칼럼 발문)하고 있다며 현재 남북협상이 안 되는 귀책 사유가 마치 박근혜 정부에 있는 것처럼 주장하였다.

이 칼럼을 보면, 이미 국민들 속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확증된 오류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수구 회귀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서, 지금 청와대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 국민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통일정책에 혼란을 불러올까 우려스럽다. 다시 말해, 이 칼럼의 주장대로 간다면 우리의 대북통일정책이 과거 북한정권의 ‘최선의 선택’ 프레임에 또다시 갇혀버릴 가능성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1998년으로 되돌아가서 ‘남북평화공존 시대’를 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한반도통일 시대’를 열려고 한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남북 교류와 협상이 안된다고 해서, 또 그 귀책사유가 분명히 북측에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평화공존론’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은 실패로 확정된 대북정책을 되살려 내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남북한 관계를 게임이론에서 본다면, 통일의 주도권,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통일대박론을 제기하면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통일의 주도권을 대한민국이 장악하려고 하는 마당에, 이미 효력을 상실한 ‘남북평화공존론’으로 스스로 만든 기회를 차버리고, 잘못된 주장으로 한국사회 내부를 어지럽히는 것을 국민들은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통일준비위원회가 소정의 성과를 달성하면, 그 성과를 바탕으로 ‘통일추진위원회’로 확대발전시켜야 할 시점이다. 남북평화공존론으로 회귀할 시점이 아닌 것이다.  

현재 유엔이 다루고 있는 한반도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북한 핵· 미사일 이슈, 둘째 북한인권 이슈이다.

북핵과 북한인권문제가 유엔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의미는, 이 두 가지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라는 뜻이다. 특히 북한인권문제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주무 기구로써 다루고 왔고, 지금은 유엔안보리에 북한의 반인도범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는 안건이 상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 국민과 정부는 세계 보편적인 이슈인 북한 핵문제와 인권문제에 더욱 집중력을 보여야 할 시기인 것이다. 그런 한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각종 전염병 예방과 방제 방역 의료 등 보건·환경 분야에 대한 지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평화공존론’은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논리이다.

이미 흘러간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고대 희랍 시기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