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對 부시 전철 밟을라”

새해의 북한 정세를 전망하기 위해 자유민주연구학회가 8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보수성향의 발제자들과 중도성향의 토론자들이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 성과와 앞으로 대북정책 방향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보수성향의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실장, 유동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이 발제자로, 토론에는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나섰다.

홍관희 소장은 ‘대선 이후 북한 정세와 우리의 대응방향’ 제하 주제발표에서 “북한이 핵신고를 늦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 경우 미국 내 보수적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한반도가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며 “노무현 정권이 북한과 합의한 수많은 대규모 지원 약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은 북핵문제 해결 및 인권문제 진전 상황, 그 외에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 여부와 연계해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열 연구관은 ‘2008년 북한의 대남전략 전망’ 제하 주제발표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실현 불가능하며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봉쇄와 군사적 조치 외에 김정일 정권의 붕괴만이 북핵문제의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대북 협상 대신 붕괴 전략을 주장했다.

‘북한경제 전망과 새 정부의 정책과제’를 발표한 조영기 실장은 “민족공조에 입각한 햇볕정책.평화번영정책을 국제공조 정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한.미.일 공조를 기초로 중.러.유럽연합과 외교협력을 강화하고 대북 인도지원 분야에서도 국제기구와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영윤 위원은 “발제자들이 강한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것 같다”면서 “현 정부가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인권을 개선하며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지향했는데 실패한 것인지, 처음부터 그런 것을 지향하지 않았는지를 물어보자”며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은 “지난 10년의 정책이 완전 실패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름의 성과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정책 방향은 옳지 않았나 싶다”고 주장하고 “대북 포용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북한 내에서 변화가 없었느냐”고 반문했다.

그 예로 “북한 국경지대에서 서울로 휴대전화를 걸 수 있고 이미자, 조용필은 물론 록가수인 윤도현도 북한에서 공연했고 민간단체도 엄청 들어갔는데, 드러나지 않는 변화가 많다”고 김 위원은 지적했다.

이기동 연구위원도 올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대해 “실용주의를 표방한 것이다, 아니다 논란이 있고 대남 적화통일 야욕을 버렸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예전 공동사설이 남측의 이념적 성향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사설은 실익만 준다면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인식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북한의 올해 공동사설을 ‘대남판 흑묘백묘’라고 표현하고, 올해 공동사설 내용에서 “북한 의 정책 진의를 발견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분들은 대북정책의 근본틀을 뒤집어 엎겠다는 ‘창조적 파괴’ 등을 말하는데, 남북관계의 역사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미국에서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거부하며 대북 강경책을 쓰다 (결국) 정책을 선회한 부시 행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을 (새 정부측이)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정책이 물꼬를 텄다는 점을 인정한 뒤 방향이 잘못됐다면 이를 바로 잡는 쪽으로 가야지, 물꼬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다만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너무 특수관계로만 설정했다면 이제는 인권과 경협 등을 보편적 기준에서 바라보는 정책적 혜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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