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수립에 ‘권력변동’ 핵심변수 등장

국가정보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내정된 사실을 공식 인정함에 따라,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문제’와 한반도 안팎의 정세에 대한 정부의 전망과 대책 수립에 북한의 권력변동이 핵심변수로 급부상하게 됐다.

특히 우리 정보기관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정보기관에서도 김정운의 후계자 내정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주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은 남북관계나 핵문제 등에 대한 중장기 정책을 검토.수립하는 과정에서 유일지배체제인 북한 사회에서 꼭짓점 역할을 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역할과 판단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제는 여기에 후계자 김정운과 그를 중심으로 하는 후계체제의 성격과 안정성, 후계체제 구축 과정의 불확실성 등 판단이 까다로운 새로운 변수가 많이 생긴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한 핵문제.

북한이 2006년 1차 실험에 이어 지난달 2번째 핵실험을 통해 더 개량된 성능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과시한 것은 값을 크게 올린 핵협상뿐 아니라 후계체제의 안보를 염두에 둔 핵보유 의지의 복합적 의미를 가졌다는 지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핵실험을 핵보유 의지의 과시로만 단정하거나 협상용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국면”이라며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이용, 미국과 큰 거래를 통해 보다 나은 대내외 여건을 물려주려는 것이라면 협상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협상이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때를 염두에 둔다면 후계자에게 핵무기를 넘겨줌으로써 초기에 취약할 수 있는 후계체제의 안전보장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재기했으나 뇌혈관계 질환의 특성상 언제든 심각한 재발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 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움직임, 각종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중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 등 강경 일변도의 대외조치들을 숨 가쁘게 취해나가는 전례없는 행태 자체가 후계체제 구축이라는 새로운 변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전문가는 “후계자를 선정하고 후계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에선 핵폐기나 미사일 등 현안 중심의 협상과 해법보다는 포괄적인 체제안정 해법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측에서 포괄적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북한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기와 북한의 권력변동기가 겹친 게 북한의 핵문제를 6자회담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는 등 심각하게 꼬이도록 만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은 작년말까지만 해도 남한의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의 준수.이행을 촉구해왔으나, 올해 들어 “남북관계 개선의 소지가 없어졌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후계자가 권력을 승계하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대가 요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남북관계의 복원에 적극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했다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자기기반을 만드는 등 후계체제를 완성시킬 때까지는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남북관계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풀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권력변동기에 들어선 북한의 변화 방향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새로운 권력이 추구할 지향점에 영향을 미치고 남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욱 능동적이고 세심한 정책을 만들어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김정운의 후계자 내정을 위험한 방향으로만 보기보다는 나름대로 북한 권력의 전환점으로 적극적인 평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전환기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적대적인 상대이긴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북한 사회에 인게이지(관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현 시점에서 김정운이 북한의 주요 대내외 정책의 수립과 결정을 직접 주도하거나 관여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장성택 행정부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대남.대미 강경대응은 장 부장의 본심이라기보다는 포스트 김정일을 대비한 권력장악 의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후계자가 정해졌지만 후계체제에는 앞으로 변동성이 있는 만큼 세습보다는 집단지도체제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차기 지도부가 중국 일변도가 아닌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전반과의 관계정상화를 도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후계체제가 자리잡고 정상가동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일단 상대방에게 좋은 메시지와 신호를 보냄으로써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북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