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놓고 문정인-애시턴 카터 `설전’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전문가들 사이에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설전의 당사자는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냈던 애시턴 카터 하버드대 교수.

포문을 먼저 연 것은 카터 교수였다.

카터 교수는 “6자회담은 완전 실패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미국, 한국, 중국 3개국이 져야한다”며 “특히 한국의 대북정책은 혼란스럽게 비쳐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북한의 핵보유가 한반도 뿐아니라 세계평화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북핵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명확히 했다”고 반박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미국은 좀 더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좋지않은 정부이고 지도자가 좋지 않은 지도자일 수는 있지만 협상대상자로 볼 수 있다”며 부시 행정부의 자세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서 모택동과 만났을 때 세계적인 이익을 우선하기 위해 협상을 했고,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북한과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어찌보면 미국에 비관론이 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시대통령과 그 행정부가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그런 역할(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외교적 협상)을 많이 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긴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좀 더 북한을 이해하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며 “북한의 입장은 수사적인 표현, 체면 차리기가 더 중요할 수 있으며, 북한의 상황을 북한의 맥락에서 살펴보면서 접근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카터 교수는 “철도, 금강산관광, 경제특구 프로그램 등 한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든 포기하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국정부의 노력을 잘 반영해주고 북핵 문제에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줄 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핵불용 입장과 이는 배치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한국정부가 한국인에게 말할 때 (북핵문제를) 미북간 문제로 몰아가는 현상도 있다”며 “이는 미북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의 문제다. 6자회담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미북간 문제라고 하면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 위원장은 “철도는 아직 진전이 없고, 금강산은 관광산업이다. 경제특구사업은 15개사만 시범실시 중”이라며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고 싶어하고 있고, 한국입장이 아니라 미국입장을 문제시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문 위원장은 “통일과 평화는 남북간의 유일한 요지부동의 목표”라며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한미 동맹관계가 필요하고 지금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논쟁을 듣던 힐 대사는 “미국은 지금 한국과 6자회담을 위해 잘 협력하고 있다”며 “각 참여국이 북한과 역사적 관계를 통해 다른 시각과 입장이 있는 특별한 상황을 미국은 잘 이해하며, 중요한 것은 각국의 입장과 조치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중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