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우리 정부의 향후 대북정책 향배가 주목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기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우리 정부도 ‘제재와 압박을 통해 비핵화, 북한의 변화 촉진’이란 정책 방향을 견지해왔었다.
우선 정부는 탄핵 정국 등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차질 없는 대북제재의 이행’을 천명한 상황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탄핵 가결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채택 등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제재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빈틈없는 국제공조체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외교·안보 부처도 주요 현안에 대해 일관된 정책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외교부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재외공관에 전문을 보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전파하고, 주요 주변국 주한대사들을 잇달아 불러 우리 입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통일부도 10일 홍용표 장관 주재로 북한 동향 및 우리의 대응 상황 등을 점검하는 회의를 진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이순진 합참의장도 이날 오후 중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 부대를 방문, 북한군 기습도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비를 떠나서 현 상황에서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하는 것은 국가차원의 새로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악수(惡手)’라고 지적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과 원칙 없는 ‘대화’ 등을 시도할 경우, 제재에 대한 동력 상실은 물론 오히려 김정은 독재정권 강화를 초래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데일리NK에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지난 대북정책의 시비를 떠나 국가정책의 방향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컨트롤센터가 없는 상태에서 큰 방향을 결정할 수는 없다. (정책 선회에 대한)정당성과 추진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책적 기조는 적어도 당분간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 소장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김정은이 초래한 것이다. 핵 실험 등에 대한 대가”라고 지적한 후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국제사회의 초점은 제재에 모아져 있고 심화되어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김 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소장은 “김정은이 스스로 군사적 긴장을 만들어왔던 까닭은 내부적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소위 군사적지도자로서 전략과 전술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북한 당국은 일부로 김정은을 이른바 ‘난세의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긴장 등을 조성했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원칙 없는 ‘대화’를 시도한다면 오히려 김정은 독재정권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재 일변도’의 정책 견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북 제재’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북한의 변화 유도를 전제로 장기적 관점에서 일부 정책 변동을 꾀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적 기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일부 변동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를테면 함경북도 수해 지원과 같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북한은 핵실험을 포함한 고강도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국면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북미 간의 협상국면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적 변화는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