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기조 수정론對 고수론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출범 한달여인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정론 대 고수론의 논란이 일고 있다.

수정론측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를 핵문제의 하위개념으로 연계시키고 북한을 적극 상대하지 않고 무시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경색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어렵게 되고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한국의 발언권이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고수론측은 북한이 최근 취하는 대남 압박은 북한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대북정책 기조를 바꾼 새 정부를 압박해 과거로 되돌리기 위한 계산된 과잉대응이므로 이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정론 =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연계 대신 핵문제 해결과 남북대화.협력 확대의 동시 추진을 주장한다.

서보혁 이화학술원 평화학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에 기고한 글에서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논리상 북한이 먼저 ∼하면, 남한이 ∼해주겠다는 조건부 혹은 선후관계”인데, “남한의 상응조치 혹은 유인없이 북한에 행동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는 남한의 제1 관심사인 북핵문제에 북한의 관심사인 경제지원 및 협력을 연계하고 있는데, 북한은 자신의 제1 관심사인 안전보장을 미국으로부터 얻고자 하고 있기때문에” 연계전략은 실효성이 극히 의문스럽다는 것.

그는 새 정부가 북한을 “남한이 제시한 대북정책 방향에 순응해 올 대상이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파트너”로 보지 않음으로써 부시 행정부가 폐기한 일방주의적 대북 압박및 무시전략을 재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도 ‘개성 경협사무소 남측 당국 인원의 철수와 북한의 대남 강경 발언’ 제하의 세종논평을 통해 ‘비핵.개방.3000’은 현 정부의 임기내 실현이 불가능한 공약이므로 “북한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면서 “초기 부시 행정부내 네오콘의 대북정책을 연상시키는 ‘선 비핵화’ 원칙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포용정책에서 무시전략으로의 전환에 따라 남북관계의 기본틀이 급속히 해체될 것”이라며 “대북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 역시 대북정책 전환과정에서 부정적 파급효과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고수론 =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도왔거나 지지하는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의 정상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무시하거나 강경압박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북한의 행태 교정을 위한 정책기조의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 정상 국가화, 경제 회생 등을 위해 6자회담틀 내에서 ‘행동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추진될 것”이라며 “비핵화와 연계하지만 북한 무시전략도, 강경 압박도 아니라서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 실장은 “남북간에서도 비핵화 진전 정도와 북한의 적극성에 따라 개성공단 2단계 확대 문제나 ‘10.4선언’ 합의사항 이행 등 북한에도 도움이 되는 실천을 해 나가게 된다”며 “우리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오기 전에 합참의장의 돌출발언에 북한이 성급하게 과잉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정부는 남북관계 안정 기조와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가운데 비핵화가 진전되면 대화에도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이번 총선 이후에는 좀더 구체적인 대화과정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백승주 국방현안팀장은 “북한의 최근 반발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때문이 아니라 이달중 열릴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10.3합의’ 대로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 10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북한을 다루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는 흔들려서도 안되고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팀장은 “현 정부의 정체성이기도 한 ‘비핵.개방.3000’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는 시점마다 단계별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비핵.개방.3000’은 현 정부에서 마무리할 수 없을 정도로 중장기적인 비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자체를 수정할 필요는 없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다만 “가장 중요한 과제인 비핵화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지 않고는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남북관계 정상화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대북정책의 총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북한의 현실과 우선순위, 국민적 합의 등을 고려해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방안을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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