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에 ‘원칙있는 포용’ 필요

남북관계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줄기찬 대(對)북한 포용론을 지지해온 학자들이 북핵사태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다소 ’조정된’ 견해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대북 포용론자로 꼽히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13일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상임대표 강문규)의 ’북핵실험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무조건 포용’이 아닌 ’원칙있는 포용’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북 포용이 북한 체제를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화해협력을 통해 평화공존과 북한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지 북한의 잘못을 무조건 포용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잘못에 대해서는 신뢰를 유지하는 선에서 ’상응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가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초기 화해협력단계에서는 상대방 잘못에 대한 원칙 있는 상응조치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8년간의 화해협력정책으로 나름의 신뢰관계가 축적돼 있는 상황에서는 잘못에 대한 상응조치를 정확히 구사하는 것이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핵실험이 포용정책의 부족함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것이 곧 포용정책의 실패는 아니다”며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을 다루는 방식은 화해협력에 의한 포용과 개입 정책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책연구소인 산업연구원 이석기 연구위원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에 대한 ’퍼주기 논란’을 반박하면서도 정책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두 사업을 통해 북한에 직접적으로 유입되는 경제적 자원은 관광대가와 노동자에 지급되는 임금 뿐으로 남측 투자부분을 대북지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못하다”며 “관광 서비스나 노동력이라는 형태로 우리 기업이 그 대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 거래의 한 형태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대북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사업인 지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면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북지원은 아니더라도 대북정책 일환으로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정책효과 등의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북지원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북한인권문제 등 포용정책을 둘러싼 쟁점들이 논의됐으며 북핵사태 이후 제기된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견해나 대안들이 다양하게 표출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