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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남북 장관급회담이 개최된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은 북핵 6자회담의 속개와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 문제 등이 주요 의제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이유들로 이번 회담을 특별히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의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과감한’ 대북경제지원안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입장에 비해 전향적인 조치이며,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와 김영남 씨 등 400여명이 넘는 납북자들을 위한 조치인 만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물론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이러한 때, 스스로 이른바 ‘민주화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여당 인사들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잇따른 실언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발언을 살펴보면 이 사람들의 사고구조가 어긋난 것은 아닌가 의심될 만큼 형편없다.
지난 14일 신언상 통일부 차관의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이 말만 앞설 뿐, 인권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발언이 그 시작이었다. 이에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이 즉각 항의하였으며,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3일간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물론 신차관이 바로 직접 사과 전화를 하며 진화에 나서기는 하였다. 하지만 납북자관련 단체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항의를 하지 않았다면 현정부가 이토록 빨리 사과하고 납북자와 관련한 제안을 북한에 하려 하였을까? 여기에 바로 NGO의 역할이 있다.
17일에는 열린우리당의 최재천 의원이 강철환씨의 책과 관련한 말로 공분(公憤)을 샀다. 그는 ‘수용소의 노래’가 국정원이 써준 것이며, 그게 결국 뮤지컬 ‘요덕스토리’로 이어져 북한인권의 판단기준으로 되어 엄청난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북한인권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사람라면 최 의원의 막말이 일단 객관적 사실과도 한참 거리가 먼 이야기임을 알고 있다.
같은 당의 임종석 의원 역시 북한인권관련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전대협 의장 출신이었던 그를 한때나마 선배로 생각했던 우리의 과거가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역사 역시 현재의 그를 북한인민의 공적(公敵)으로 기억할 것이다.
북한인권운동, 양적 질적으로 크게 확대
북한인권에 관한 사회적 분위기는 이제 많이 달라졌다. 우선, 북한인권문제가 다양한 영역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요덕스토리’라는 뮤지컬이 성황리에 공연되었고, 영화 ‘태풍’과 새로 개봉하는 ‘국경의 남쪽’도 탈북자를 소재로 한다. 또한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국제회의도 이젠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감추기 급급했던 수구 좌파들도 점차 그들의 강의 커리큘럼에 북한인권문제를 포함시킬 정도가 되었다.
둘째, 정치권에서도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선거에서의 득표를 위한 행위일 수 있기에 아직은 미진하고 답답하지만 말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현 정권의 신경질적인 반응 역시 다급해진 마음을 보여준다. 그들도 대다수 국민들의 눈빛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는 대학생들에게 북한 인권문제의 참혹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사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인식변화와 우리의 분발이 더욱 큰 파도를 이루어낼 것을 확신한다. 이것이 북한인권운동의 저변이 넓어진 세 번째 증거이며 우리가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일본탐사선의 독도 탐사관련 사건을 계기로 ‘조용한 외교’를 다시 결정해야 할 때라는 발언을 하였다. 강경한 대응 때문인지 일본도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한인권에 관한 현정부의 ‘쥐 죽은 듯 조용한 외교’ 역시 조만간 용도폐기 해야 된다.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우리는 안다.
류현수 /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