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략 전선 北내부로 빠르게 옮겨야 하는 이유

벌써 8년이 지났다.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뒤집어쓰고 총살되었다는 보도가 최근 상세하게 나온 전 북한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박남기는, 2002년 10월 26일 남한경제시찰단 단장으로 서울에 왔었다. 김정일의 최측근인 장성택 당시 중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동행했었다.


당시 박남기의 직책은 국가계획위원장이었다. 국가계획위원장 직책을 굳이 남한에 비교한다면 형식상 기획재정부 장관 정도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실제 권한은 도무지 못미친다. 사실, 남북의 내각을 병행 비교하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북한에서 국가계획위원장 자리는 정말 권력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이미 1990년대부터 북한은 국가(인민)경제-군수경제-당경제(김정일 개인경제)에서 국가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계획경제’라는 것이 순전히 말뿐이었다. 식량(배급) 계획 · 에너지(수송) 계획· 대외결재(달러) 계획의 3대 계획을 짤 수 없는데, 어떻게 ‘계획 경제’를 운영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2002년 박남기가 서울에 왔을 때 일부에서는 ‘희망사항’을 섞어 “북한이 혹시 개혁개방으로 나가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다. 당시 황장엽 통일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이번에 온 박남기는 북한 최고의 자본주의 경제 이론가”라고 필자에게 귀뜸해주기도 했다.


당시 박남기 일행은 8박9일간 남한에 머물다 돌아갔다. 1992년 7월 김달현(金達玄) 정무원 부총리를 대표로 한 시찰단이 서올에 왔을 때 7박8일간 머물렀는데, DJ(김대중) 정부 들어 ‘기록 갱신’을 위해 하루 더 머물렀다는 말도 있었다. 


박남기 일행의 당시 남한 경제시찰은 그만큼 북한 개혁개방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전체주의 수령독재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의 개혁개방은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그때도 아는 일이었다. 다만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가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이 북한의 현실을 덮고 있었을 뿐이었다.    


필자는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 후 등장한 ‘박남기 총살설’의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최종판단은 미뤄두었었다. ‘북한 최고의 자본주의 경제이론가’마저 죽인다면, 김정일 스스로 중요한 비상구 중 하나를 틀어막아버리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김정일이 그동안 외부세계에 마치 개혁개방할 것처럼 쇼를 계속해왔는데, 박남기마저 죽이면 그마나 개혁개방 쇼도 못하게 될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평양 군관학교 박남기 총살집행’ 기사(조선일보 6월 9일자)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김정일이 화폐개혁 후 심상찮은 민심을 박남기 총살로 피해가자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또 이 사건을 뒤집어 본다면, 김정일 및 김정일 정권이 현재 처해 있는 속사정이 그만큼 다급해져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북한 권력 내부에 뭔가 과거와 다른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즉, 화폐개혁 실패-민심 동요-시장 재개-박남기 총살-천안함 기습-김정일의 중국방문 및 방문목적 달성 실패-최영림 총리 기용 등 내각 개편(3차 최고인민회의)-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승진 등 일련의 과정에서, 김정일 1인 절대권력체제에 뭔가 일부 ‘찌그러짐’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신임총리로 최영림이라는 ‘김일성 시대’ 인물을 내세운 것은 해석이 쉽다. 김정일이 대내외적으로 “우리에게 그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지 말라”는 소리이고, 신임 내각에 “열심히 자력갱생 노력해봐라”는 뜻이다. 또 중국 지도부에 대고 “누가 뭐래도 우리는 안 바뀌니까 쓸데없이 (개혁개방하라는)원자바오 같은 소리는 하지 말라”는 뉘앙스도 좀 묻어 있다. 이번 내각개편에 대한 해석은 이것이 거의 전부다.


문제는, 북한체제를 종합 관리통제하는 ‘실무 컨트롤 타워’인 중앙당 조직지도부에 2건의 중요한 ‘유고’가 발생한 것이다. 하나는 군 담당 제1부부장 이용철이 사망한 데 이어, 당생활지도 담당 이제강 제1부부장(본부당 책임비서)도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장성택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했다. 


이용철은 그 전부터 건강이 안 좋았고, 이 때문에 김경옥 부부장이 그동안 ‘대기’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분석일 것 같다. 그러나 이제강이 교통사고로 자연사했는지, 아니면 죽임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정일의 후계문제를 비롯하여 북한의 권력내부 사정과 관련지어 만약 이 문제에 대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강은 죽었다’라는 사실(fact)이다. 북한문제를 분석할 때는 ‘장성택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했다’ ‘최영림이 총리가 됐다’ ‘박남기는 총살됐다’ ‘북한 정찰총국이 천안함을 어뢰로 격침시켰다’ ‘김정일이 중국 가서 예정된 홍루몽도 안 보고 하루 일찍 귀국했다’ 등등 사실관계에 기초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 다음 진단-전망 단계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또 ‘소설’이야 머리 속에서 하루 12편도 쓸 수 있지만, 팩트를 하나 확인하는 데는 석달 열흘이 걸리는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광우병 사태나 천안함 괴담, 참여연대의 단순무식형 행위의 이면에는 팩트와 ‘소설’을 분간하지 못해 발생한 비중이 50% 이상, 친북적 경향성 등 정치적 요인이 50% 이하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본질은 좌-우, 보수-진보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과 허위의 문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적어도 북한문제와 관련된 부분은 더욱 그렇다.  


아무튼, 이제강의 사망과 장성택의 국방위 부위원장 승진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북한 권력내부를 본다면, 적어도 두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그것은 1)장성택이 이전보다 권력이 더 강화됐고 앞으로 강화될 것이다 2)김정일의 권력은 ‘이제’ 약화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앞으로 권력 내부에서 들쭉날쭉 불안한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설명이 좀 필요하다.


북한체제의 전통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온 중앙당 조직지도부(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조직지도부)는 원래 세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는 이제강이 맡았던 당생활지도와 본부당 책임비서 역할,  둘째, 이용철이 맡았던 군 담당, 셋째 보위· 보안(공안) 담당이다. 그래서 ‘부장대우’라고 할 수 있는 제1부부장이 세 명이다. 다만 보위 · 보안 담당 제1부부장을 조직지도부 안에 둘 수도 있고, 행정부장(장성택)을 주면서 별도로 떼낼 수도 있다. 북한사회에 대한 관리 통제 측면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이 위 세 분야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랫동안 김정일을 도와 일해온 이제강이 죽었다. 따라서 중앙당 행정부장에다 국방위 부위원장이 된 장성택의 권력이 더 강화될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김정일의 권력이 왜 약화될 것인가?


원래 김정일은 밑에서 올라오는 제의서(보고서)를 다 보고 직접 사업을 챙겼다. 수령체제 하에서 자연스런 것이다. 문제는 건강이다. 2008년 8월 뇌졸중(stroke)을 한 방 맞은 후 모든 일을 직접 다 챙길 수는 없게 되었다.


김정일이 직접 챙겨야 할 분야는 주로 당 ·군 ·보위 업무다. 김정일의 직책은 당총비서, 당중앙군사위원장, 국방위원장, 최고사령관이다. 여기에 국가안전보위부장 일도 챙겨온 편이다. 하지만 건강 때문에 일일이 챙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한 통제와 장악에 누수현상이 있어선 안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국방위원회 강화였다.


말하자면, 김정일은 주로 국방위라는 채널을 통해 좀더 효율적으로 국정 장악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다. 물론 국방위를 강화한다고 해서 당 사업을 국방위원회로 이관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당총비서 역할은 그대로다. 다만 김정일이 국방위를 통해 당 군 보위(보안) 관련업무를 좀더 간소화하려고 시도해온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것은 건강문제, 후계문제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김정일은 국방위 부위원장에 김영춘, 오극렬, 장성택 등 주요 인물을 앉힌 것이고, 또 국방위원 면면을 자세히 보면, 그나마 김정일이 국방위를 통해 아랫사람들 권력에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시키려는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장성택의 부위원장 승진은 의미가 다르다. 이번 인사를 김정일이 한 것임에 의심할 이유는 없다. 김정일이 장성택을 신임하여 역할을 더 부여한 것이고, 또 김정일이 믿고 맡길만한 사람은 현실적으로 장성택만한 사람도 없다. 


북한의 권력은  기본적으로 김정일의 신임을 기준으로 한 ‘사람 관계’다. 시스템은 부차적이다. 중국식으로 표현하면 ‘콴시'(關係)다. 그전엔 문성술, 이제강 등이 장성택을 견제해왔다. 그런데 이제강이 죽은 후 김정일과 이제강 정도의 ‘콴시’를 맺어왔고 당 내에서 장성택을 견제할 인물이 별로 없다.


또 김정일에게 역시 중요한 어젠다는 후계세습이다. 후계문제는 지금 명료해 보이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후계문제가 백지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없는 걸로 보면, 김정은이 힘을 쌓아가고 있고 이를 장성택이 돌봐주도록 하는 것이 김정일 입장에서 무난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장성택은 앞으로 점점 힘을 얻어가는 경로를, 또 김정일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제2선으로 밀려가는 경로를 가게 되리라는 예상은 자연스럽다. 그 과정에서 김정일이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면서 권력내부가 들쭉날쭉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게 되리라는 예상도 역시 자연스럽다.


비유하자면, 비록 바늘은 가늘고 작지만 큰 얼음을 쪼갤 때 ‘쭉-‘ 하면서 얼음에 균열을 만들 수 있는데, 이번 장성택의 국방위 부위원장 승진이 앞으로 그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현 시기에 김정일이 자신의 사업을 넘겨줄 주된 대상은 장성택과 후계자 외에 달리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언급한 김정일의 절대권력에 일부 ‘찌그러짐’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고, 또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찌그러짐’ 현상이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의 건강이 나빠질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볼 때, “김정일 ‘인의 장막’에 눈귀 막혔다”는 기사(중앙일보 19일자)는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김정일의 건강과 심기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권력층이 입맛에 맞는 내용만 선별 보고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 김정일 입장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업은 세 가지다. 그것을 동심원에 비유한다면, 맨안쪽 동심원(core)이 정권(체제) 옹위, 두번째 동심원이 3대세습과 권력 안정화, 세번째가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권(체제)옹위 및 3대세습 안정화 아젠다와 인민들의 먹고사는 아젠다가 근본적으로 모순관계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가?


김정일이 정권을 보존하고 3대세습을 안정되게 가져가려면 외부에 빗장을 걸고 폐쇄적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 북한 권력내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철저히 정보를 차단하고 주민 감시통제 및 선전선동을 비밀리에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과거에 김정일이 후계자가 될 때도 그렇게 했다. 당시엔 동서 냉전 시기였기 때문에 서방세계의 정보가 북한인민들에게 들어갈 리도 없었고 북 내부 정보가 밖으로 나올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1960년대~1970년대에는 북한 인민들이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김정일이 인민들을 먹여살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인민들을 먹여살리려면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인민들 스스로 알아서 먹고살도록 하는 방법, 즉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내버려 두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해온대로 외부로부터 경제지원을 계속 받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김정일에게는 두 방법이 모두 어렵다.


더욱이 이 두 가지 방법은 무역을 하든, 외화벌이를 하든, 외부 지원을 받든 북한 자체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외부세계와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빗장을 걸고 진행해야 유리한 3대세습 아젠다와, 얼마간이라도 빗장을 열어야 하는 경제회복은 모순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 앞에 놓인 정권보존, 세습안정화,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라는 3대 과업을 ‘동시에’ ‘일괄해결’ 할 방법은 도저히 없으며, 또 이 세 가지는 시간이 갈수록 쌍방간에 내부 모순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는다.


하지만 그 세 가지 중에서도 배타적으로 우선권을 갖는 아젠다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시 ‘정권 보존’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자력갱생’이 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이 김일성 시기 인물인 최영림 총리 기용과 내각 개편에서 ‘자력갱생’을 요구한 것은, 어떤 면에서 ‘정권 보존’을 위한 김정일의 ‘자기 마취’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그렇게라도 해야 김정일이 정권보존에 마음이 놓이는, 그런 심리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장성택의 부위원장 승진은 북한의 권력내부에서, 그것이 느린 속도이건 빠른 속도이건 관계없이, ‘권력 이동이 시작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그것은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더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칼럼을 통해 제시하려는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한 내부로 옮기는 문제’는 첫째, 대한민국이 한반도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로서 북한 지역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지고 있으며, 둘째,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화 및 평화통일 문제를 능동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한 목적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김정일 정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 내부에 ‘개입’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에 도리어 역이용 당한 것이다. 그러나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한 내부로 옮기는 것은 김정일 정권의 군사 도발을 ‘억지(抑止)’하면서, 북한에 개혁개방 정부를 세우고, 북한 주민들과 힘을 합쳐 근대화 ·민주화로 견인(牽引)하여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흔히 대북정책에서 ‘대화’와 ‘압박’을 거론하지만, 그것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대북전략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남북대화와 경제지원은 수단이다. 따라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언제든 대화하고 지원하면 된다. 그러나 햇볕정책처럼 수단과 목적이 도치되거나, ‘대화와 지원을 오래 하다보면 북한도 변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안된다.


지금은 대북전략에서 ‘억지’가 중요하다. 한미일이 중러의 협조를 받아 김정일 정권이 한반도 군사긴장을 도발을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적이며, 동시에 북한 내부로 대북전략의 전선을 옮겨가야 한다.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 내부로 옮기는 방안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한 내부로 옮기는 문제는 물론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현재 보수단체들이 하고 있는 ‘풍선 날리기’도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한 내부로 옮기는 문제에서 효과가 큰 종목이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10여년 전부터 민간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해온 대북방송· 단파 라디오·휴대폰 보내기 등이 모두 대북전략을 북한내부로 옮기는 문제에 중요하게 포괄된다.    


하지만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한 내부로 옮기는 문제를 보자면,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힘(=하드파워+소프트파워=경제력 ·정치외교력·군사력·사회문화적 능력)이 북한 내부에서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 + 민간 +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동시에 북한내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한 내부로 옮기는 문제의 관건이다.


그리고 접근경로는 김정일 체제의 기본 특성을 파악한 조건에서 1) 지역별 접근(함경남북도 ·양강도· 자강도 ·평안남북도 ·황해도· 강원도의 계급적 특성 및 거점 확보의 우선 순위 고려)  2)계층별 접근(적대계층-기본계층-핵심계층에 대한 우선순위 및 역량의 배분) 3)조직별 접근(군 ·당 ·보위· 행정·각종 단체에 대한 우선 순위) 등 크게 세 가지 경로를 상정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북한 외부지역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회에서 다룬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영역은 ‘정보의 유통’이다. 외부세계의 정보가 북한 내부에 들어가고, 북한 내부 정보를 외부세계로 나오게 하는 활동이 첫째로 중요하다.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선차적(先次的)’이며, 이것이 모든 북한문제를 풀어가는 ‘입구’에 해당한다.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실체적 사실들은 한국에게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게도 동시에 중요한 문제다.


‘정보의 상호유통’은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들이 정권의 주인, 정부의 주인임을 각성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은 김정일 전체주의 수령독재체제를 변화시키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며, 동시에 그 자체로서 북한 개혁개방화-근대화 · 민주화의 목적에 부합하는 합목적적인 특징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여년간 드러내지 않고, 더욱이 ‘햇볕의 그늘’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도 “외부정보와 북한 내부정보를 상호유통 시켜온” 북한민주화네트워크·RENK·자유북한방송·북한민주화위원회·열린북한통신 등을 비롯한 여러 북한정보 관련 민간단체들의 숨은 활동은 다가오는 한반도 미래의 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지금 김정일 정권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로 좀더 선명하게 압축된 것 같다.


하나는 이미 진행되어 온 것처럼 중국에 경제적으로 더욱 의존하는 것이다. 김정일 스스로는 중국에 가서 “도와달라”고 더 구걸하기도 싫고, 또 건강도 좋지 않기 때문에 장성택을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앉혀놓고 ‘중국 사업’, 다시 말해 중국의 지원을 받는 문제를 맡기고, 또 대내적으로도 후계사업을 비롯해서 장성택에게 더 책임있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 같다. 또 장성택이 ‘김정일의 심복’으로 對중국 관계를 담당해온 지는 꽤 되었기도 하다.    


김정일의 두번째 생존전략은 군사주의를 더 세게 가져가서, 한반도 군사긴장의 수준을 확실히 높이면서, 남한 정부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유지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총선 및  대통령 선거까지 “전쟁이냐, 평화냐는 당신들이 하기 나름”이라는 식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이같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분위기가 일부 먹혀든 측면이 있다. 김정일 입장에서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시금석’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적당히 잘 사는 사회’에 먹혀 들어갈 수 있는 압박전술이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그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여담이지만, 한 국가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경제 중산층’이 두텁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동체를 지키려는 ‘안보 중산층’이 두터워야 하고, ‘준법 중산층’ ‘도덕 중산층’ ‘관용 중산층’이 같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진적인 국민들’이 다수가 되어야 한다.    


아무튼, 지금 남과 북은 어떤 면에서 둘다 내부적으로 대립과 갈등, 분열이라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진 측면이 있다. 북한은 이제 권력내부에서도 본격화될 것이고, 이미 남한은 확실히 둘로 갈라져 있다. 앞으로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과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좀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북전략의 전선을 북한 내부로 가져가는 것은 대한민국의 생존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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