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南南갈등, 軍 불안감 조성이 원인?

북한의 ‘임진각 조준 사격’ 위협 이후 휴전선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우리 마을이 제2연평도가 되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감에 대북전단 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북전단 단체의 활동은 이전까지 ‘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친북단체와 종종 마찰을 빚기는 했지만, 주민들과는 특별한 갈등 상황 없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최근엔 전단단체의 마을 진입을 막기위해 포크레인·차량까지 동원되는 일이 발생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해당 지역 농민회가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비공개로 전단을 보내온 단체들도 마을 입구에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전단 살포 일정과 장소를 밝히지 않고 현장에서 조용히 풍선을 띄울 경우 북측이 이를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제대로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북전단 단체들은 이같은 갈등은 해당지역 군(軍)·경(警)측이 주민들의 불안감을 지나치게 자극한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이 대북전단 단체들의 인적사항과 차량번호 등을 파악해 이들이 이동할 때마다 주민들에게 동선을 알리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민간 대북풍선의 원조격인 이민복 풍선단장은 31일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현지 군·경이 대북풍선에 의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안내문’ 전단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군이 주민들에게 배포한 ‘전단지 살포 관련 안내문’ 내용은 불안감을 유발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안내문은 풍선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주민 안전을 위한 사전 안내 성격이 강해 일방적으로 군을 탓할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지 군이 배포한 ‘전단지 살포 관련 안내문’ /국민행동본부 제공

“18일 민간인 단체에서 11시 20분 경 백마고지에서 북한지역으로 전단지 살포가 계획돼 있습니다. 전단지 살포에 따라 GOP 지역 내에서 언제든지 적의 포격 도발 가능성이 농후하여 영농 출입시간을 제한합니다. 만약 군의 이러한 안내에 따르지 않으면 어떠한 피해 발생이 있더라도 군 부대 내에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점 유의하시고 이러한 사항에 적극적인 동참 부탁드립니다.” (안내문 내용 발췌)


그동안 언론에 노출하지 않고 전단을 날려온 ‘A풍선단’의 한 관계자도 북한의 위협 이후에 달라진 군·경측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마을에 전단배포자들이 마을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단체들은 그동안 풍선을 보내기 앞서 현지 군·경에 연락을 취했었다. 관할 지역을 책임져야 하는 군·경측에 편의 제공을 요청하는 형태였다. 이 경우 군·경측 담당자 한 두명이 나와서 전단의 양과 풍선의 양 등을 체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 관계자는 “공개적이고 시끌벅적한 대북풍선 활동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조용히 대북풍선을 날리는 것 조차 주민들이 알고 찾아와 막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어떻게 우리가 가는 곳을 일일이 주민들이 알고 따라오겠는가? 우리의 동선을 군·경이 주민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조준사격 위협 이후 주민들이 생존권 차원에서 그러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군의 조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군이 북한의 위협에 먼저 겁을 먹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철원 뿐만 아니라 강화도 등 대북 풍선을 주로 날리는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군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군부대 관계자는 “이 지역은 북한과 인접한 지역이다보니 적 GP에서 백마고지가 보인다. 따라서 북한 측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을 보고 곧 바로 포격을 가할 수 있는 위험지역이다”이라며 “민간단체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풍선을 날리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관할하의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상부의 통제하에 (주민에게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을 배포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과 대북풍선단의 직접적인 마찰을 우리가 조장했다는 의견도 있는데 우리는 관할 구역의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임무”라면서 “특히 이번에는 대규모의 인원이 찾아와 대북풍선을 날리려고 해 주민들이 불안을 느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의 조준사격 위협이 민(民)군(軍) 사이의 남남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고도의 심리전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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