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은 암흑에 비친 ‘진실의 햇살’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전략센터 등 탈북자단체와 북한인권민간단체들이 주최한 통일풍선 날리기 행사가 지난 16일 열렸다. 김정일 생일에 맞춰 북한의 인권 개선과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날리는 행사였다.


북한의 최대 명절은 2월16일 김정일의 생일이다. 이날 방송 매체들은 매년 새로운 김정일 ‘찬양시’를 낭독해 내보낸다. 제왕적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행태이다. 주민들이 굶주리는 가운데도 하룻밤에 수십억 원어치 축포를 쏘며 즐긴다.


통일풍선 날리기는 이런 김정일의 생일에 맞추어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담은 대북전단을 바람에 날려 보내는 것이다.


어렸을 적 삐라를 주워 경찰서에 가져가서는 공책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만 해도 남과 북은 서로를 향해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삐라를 날려 보냈다. 그러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요청으로 삐라 살포를 중단하였다. 2004년부터 탈북자단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려 하였다.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노무현 정부는 이들 민간단체와 번번이 갈등을 빚었다.


북한은 한국의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신경질적으로’ 문제시하였다. 군사회담에 나와서는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만큼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탈북자 2만 명 시대에 북한 당국이 아무리 통제를 하여도 북한 주민들은 점점 외부의 정보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탈북자들이 가장 앞장서서 대북전단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는 이유도 자신들이 한국에 와보니 김정일 정권의 실체에 대해 너무도 몰랐다거나, 한국과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 당국의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이었는지를 직접 깨닫고 분노하였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은 동포들이 진실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들이 나서야 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일-김정은 권력 세습이 진행되는 동안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중국의 탈북자를 소탕한다’느니 ‘국경지역 휴대폰 통화를 색출한다’느니 ‘남한TV시청 채널을 검열한다’느니 ‘대북전단을 본 사람들을 처형한다’느니 하는 많은 ‘사회통제바람’이 불고 있다는 전언이 잇따른다. 지난달 3일에는 황해도 사리원에서 전단을 돌려본 사람들과 심지어 보위원까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처형했다는 소식까지 있었다.


북한은 전대미문의 3대세습의 성공을 위해 내부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강도 높게 시행하며 심지어 외부의 위협을 체제 결속을 위해 활용하는 전략까지 병행하고 있다. 유명한 소련 탈출 망명가인 나탄 샤란스키는 “공포사회의 속성은 자유사회를 끊임없이 위협함으로써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우리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공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을 통해 그것을 여실히 확인하고 말았다.


우리가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것은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늘날 체제 경쟁이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저 진실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북한 정권에 의해 철저히 가로 막힌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기 위함일 뿐이다. 진실이 불편한 사람은 북한 주민들이 아니라 북한 정권뿐인 것이다. 김정일이 스스로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면서 기념하고 있는 자신의 생일에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정보이지 김정일을 찬양하는 찬양시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김정일의 차남인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러 갔다 카메라에 포착된 기사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이 같은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사실을 보도를 통해 보고 있는 탈북자들은 그저 ‘분노감’과 ‘배신감’뿐이라며 할 말을 잇지 못한다. 먹을 게 없어 토끼풀을 찾아 산을 헤매다 쓰러져 죽는 북한의 아이들을 한편에 두고 온갖 명품을 몸에 치장하고 호화로운 외유를 즐기고 있는 김정일의 큰아들 김정남을 그리고 얼굴과 배에 살이 실하게 오른 후계자 김정은의 모습을 보며 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감정도 같은 것일 게다.


김정철은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러 외국까지 날아가지만, 북한 주민들은 한 발짝도 자유롭게 나라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외부로부터 날아오는 진실의 정보조차 차단하고 ‘철옹성’처럼 체제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는 장본인이 김정일이다. 그래서 김정일의 생일에 날아든 대북전단은 주민들에게는 동굴(암흑)에 비친 한 줄기 ‘진실의 햇살’이요 김정일 자신에게는 ‘소리 없는 폭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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