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인권결의안 찬성…남북관계 충격 불가피

정부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하기로 하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이 그동안 인권문제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찬성 입장에도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자회담 재개를 계기로 남북관계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도 꺾일 수밖에 없어 남북 간 경색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북관계가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져 있어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편에선 정부가 그동안 조심스럽게 다루던 북한 인권 문제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 변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일관되게 가지고 있었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남북관계 정상화 ‘난망’ =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으로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는 정부의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 입장으로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데 대해 ‘제도전복을 목표로 한 대(對)조선 압살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 제도전복을 목표로 저들(미국)의 인권공세에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메시지라는 외투를 씌우기 위해 미국이 날조해 낸 일개 정치적 모략문서”라고 강하게 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남한에 대해서는 특히 민감하게 나올 수도 있다.

‘민족공조를 저버렸다’는 주장에 더해 ‘내정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남북관계의 대원칙을 어겼다고 비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남북관계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수 있다.

북한의 감정이 상할 수는 있겠지만 핵실험 이후 남북 당국 간 관계가 사실상 단절돼 있어 불만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카드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10일 전해온 도하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공동입장 제안을 철회하는 등 일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사업을 비롯한 남북관계의 큰 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6자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자체에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북한이 이와 별도로 남북관계를 상당기간 냉랭하게 가져갈 공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핵문제에 근본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쌀·비료 지원 재개를 위한 국내외 환경이 성숙한다면 북한도 명분보다는 실리를 취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정 수준에서 반응이 있겠지만 (우리) 정부의 고민을 알 것”이라며 “큰 틀에서 멀리보면 남북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북 포용정책 기조에는 변함없어” = 정부의 인권 결의안 찬성 방침이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취해오던 정부가 북한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북한 인권문제을 건드린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시장경제 체제가 확산되고 경제사정이 나아지면 북한 주민들의 의식도 자연스럽게 높아져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인권문제를 직접적으로 지적하기 보다는 북한 경제개선 등에 더 신경을 써왔다.

세계 어느나라도 외부의 압력에 의해 인권이 개선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대북 포용정책의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여러차례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를 표해온 것에서 보듯 인권문제까지 포용하자는 입장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인권에 대한 정부 정책기조가 제재나 압박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대화와 실질적 인권 개선활동을 통해 인권의 향상을 도모하자는 것”이라며 “이런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인권결의안 찬성을 계기로 대북 쌀 지원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지금까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 기조를 견지하면서 식량권 등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북 쌀 지원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지원 재개 시 부담을 줄이려는 복안이라는 분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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