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북식량지원이 재개되더라도 쌀보다는 옥수수, 보리쌀, 콩 등 다양한 곡물로 제공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의료협력재단과 북한경제전문가 100인포럼의 공동주최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IT센터에서 열린 ‘북한의 의료실태와 남북의료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한다면 질보다는 양을 우선해 쌀 외에 보리쌀, 옥수수, 밀가루, 콩 등 다양한 곡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권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북한에 쌀을 지원할 만큼 충분한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쌀을 지원코자 한다면 수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나 “보리쌀이나 옥수수는 일반주민의 식량으로 널리 이용되므로 분배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쌀보다 유리하고, 콩은 옥수수나 보리쌀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주민의 영양 차원에서 바람직한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현재의 비료 공급 실정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부가 의사결정을 할 때 단기적인 상황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긴 미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차관형식으로 제공하는 대북식량지원의 형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무상지원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무상 식량지원을 북한의 농업기반 복구나 산림황폐지 복구, 조립사업 등과 연계해 취로사업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북한의 의료실태와 남북의료협력 방안’에 대해 발표한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최근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열악한 북한의 의료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인 센터장은 “북한 주민 중 100만 명 정도가 결핵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은 선진국이 되어서 암으로 죽는 비율이 높지만 북한은 전염병으로 죽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열악한 의료시설 뿐 아니라 에너지도 부족해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북한에서는 현대의약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요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의사들이 산에 가서 직접 약초를 캐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아이들은 평균보다 15cm정도 작다”면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자신의 딸과 북한의 고등학생들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등학생인 북한 학생들은 인 센터장의 딸보다 한 뼘 정도는 키가 작았다.
인 센터장은 ▲예방접종 지원 ▲군·도 인민병원 시설 재정비 ▲수술실 현대화 등 3단계에 걸쳐 대북 의료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