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식량지원 목소리 잇달아 ‘주목’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지원을 보류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에서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와 정부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여당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위원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굶주리는 사람에게 식량과 구호품을 주는 것은 ‘퍼주기’가 아니므로 식량 지원에 조건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작년 8월 홍수에 따른 흉작, 지난 4월 이후 중국의 식량지원 중단 등으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 외부 지원의 적기”라고 밝혔다.

앞서 같은 당의 정의화 의원은 지난 26일 성명서를 내고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 문제와 금강산 사건은 별개로 다뤄야 한다”면서 “금강산 사건에 대한 징벌적 차원에서 북한 주민의 기아 고통을 외면할 정도로 우리 국민의 정서가 메마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내에서 WFP를 통한 대북지원에 대놓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학계 인사들의 의견도 WFP를 통한 지원에 동참하자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모니터링 체제를 갖춘 국제기구가 정식 요청한 점 등을 감안, 남북간 신뢰조성 차원에서라도 WFP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신뢰란 무너지기는 한 순간이지만 쌓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책 연구기관의 한 남북관계 전문가도 “세미나 등에서 학자들의 의견도 보수와 진보를 떠나 WFP를 통한 대북지원은 해야 한다는 쪽이 대다수”라며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이미 대북 지원에 나선 만큼 정부도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 부처 회의때도 외교부의 경우 당장 옥수수 5만t이라도 지원하자는 의견이며, 통일부도 시기와 규모는 추후 결정할지라도 일단 지원의사 만이라도 표하자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처럼 WFP를 통한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가을 추수 직전 최악에 도달할 북한 식량 사정의 악화 속도와 비례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사안의 성격으로 미뤄 지원을 하건 하지 않건 나름의 명분을 찾을 수 있는 만큼 결국 지원 여부는 정부 최고위층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북한의 비협조 및 핵시설 불능화 중단 등의 외부 환경을 감안한 ’지원보류’나 아사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인도주의적 호소에 따른 ’지원’ 중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찬반 여론이 엇갈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현재 지원에 나서지 않을 명분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반대로 지원에 나서더라도 순수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한다는 정부의 기본 원칙을 배경으로 들 수 있다”며 “결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아직 긴급 지원을 요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 아래 9월2일 WFP의 지원촉구 기자회견과 북한의 식량 상황 전개 추이 등 여러 상황을 지켜본 뒤 WFP를 통한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세워두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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