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방송 통한 北주민 의식변화 체제 붕괴 ‘신호탄’”

지난달 극적으로 타결된 남북 고위당국자 공동보도문 합의는 확성기 방송을 포함한 대북방송의 위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 비수를 꽂는 것이 될 수 있는 대북방송 중단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이례적으로 대화를 먼저 제의하고 저자세를 보이며 결국 유감까지 표명했다.

◆대북 방송 어떤 효과 있나?=확성기 및 대북 방송을 청취한 탈북자들에 따르면, 폐쇄적인 북한에서 당국의 선전이 아닌 외부 세계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소식은 말 그대로 신세계다. 외부 정보에 목말라하는 북한 주민들이 대북방송 등을 청취하면 북한의 거짓 선전과 독재체제의 허구성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포격을 가하는 등 과민 반응을 보였던 대북 확성기 방송 같은 경우, 청취할 수 있는 범위는 DMZ의 북측지역(25km)에 국한된 반면, 대북 라디오 방송은 북한 모든 주민들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전의 효과가 훨씬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을 즐겨들었다는 탈북자 채가연(가명·50) 씨는 2일 데일리NK에 “라지오(라디오) 방송을 듣고 나서 자연스럽게 북한 현실과 대비하게 됐다”면서 “북한의 선전과는 다른 내용을 알게 되면서 당국에 비판적인 사고를 갖게 됐고 특히 김일성·김정일이 신이라는 당국의 주장이 거짓이고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방송을 들은 북한 주민들은 자신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외부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 하게 된다”면서 “그렇게 하다보면 다른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라지오를 찾아서 듣게 되고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북한에 비판적인 시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김성엽(가명·45) 씨도 “우상화에만 주력하는 북한 방송은 재미없으니 전혀 듣지 않았고 각종 소식과 연속극을 방송하던 한국 라지오 방송에 즐겨 들었다”면서 “그러다 북한의 허위적인 선전에 눈이 떠졌고 북한 사회를 알고 싶은 욕망, 즉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게 됐다”고 소회했다.

특히 체제 보위 임무를 띤 간부들이 일반 주민보다 라디오 방송을 애청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북중 국경지역 간부 출신인 탈북자 김청원(가명·51) 씨는 “일반 군인들은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라지오를 듣기 어렵지만 소대장급 이상 간부들은 듣는 경우가 많다”면서 “군인들을 통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외국 소식을 듣고 이에 대한 비난 강연안을 짜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간부들은 통제가 별로 없으니 마음 놓고 라지오를 듣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간부들이 모여 ‘중국처럼 돼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등 북한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이 생겨나고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북 방송의 역할은?=전문가들은 대북 방송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 당국의 주민 통제는 정보 장악에서 시작한 만큼 대북방송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가 북한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박근혜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통일 대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북방송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일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남북한 주민 간의 이질감을 대북 방송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북 방송을 매개로 형성된 주민들의 민주의식이 북한 체제변화의 동인(動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외부로부터 통제된 북한 주민들에게 세뇌 받고 있는 선전 외에 다른 정보가 들어오면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시간이 지나서 어느 정보가 사실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면 체제에 대한 불신감, 충성도 하락, 분노의 확산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어 “북한 당국에서는 통제를 한다고는 하지만 배급이 끊기고 점점 시장화되어 가는 상황에 따라 주민통제가 힘들어 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대북방송을 통한 주민의식 변화는 체제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명준 서강대학교 교수는 “현재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권력층들도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 따라 체제 충성을 고민할 수 있는 시점일 수 있다”면서 “대북 민간 방송이 작은 정보에서부터 북한 내부의 소식까지 평범하게 보내도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의 20·30대 젊은층들은 사상적인 면에서도 해이하고 외국 문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 우리는 대북 심리전 방송을 안 하더라도 민간방송이라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로 가는 길에 경제적 협력이나 다른 방향도 있겠지만 대북방송은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 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라면서 “대북 민간 라디오 방송 지속은 저렴한 방식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모든 라디오의 주파수는 북한의 공영방송인 중앙방송에 고정되어 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외부정보 접촉을 막기 위해 모든 통신수단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매체는 비판이나 정보 제공 등 본래의 기능을 도외시하고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정은 일가의 우상화를 위한 주민선동에 주력하고 있다.

소셜공유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