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방송, 정치적 선전보단 ‘南주민 사는 모습’ 담아야”



▲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남북방송통신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김가영 기자 

남북 간 방송통신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를 전담하는 지원센터, 이른바 ‘방송통신교류협력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일회성 형식을 넘어 지속가능하고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정치적인 남북 방송교류 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주최한 ‘2015 남북 방송통신 국제컨퍼런스’에서는 독·미·중·일 등 주요국의 방송통신 전문가와 한반도 문제 전문가, 국내외 언론인, 관련 분야 학자 등 20여 명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해 ‘남북 방송통신 교류협력 활성화와 미래’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철완 KISDI 국제협력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방송통신 분야 남북 교류증진 및 방송통신의 역할’ 발표에서 “현재 남북 간 방송교류는 북측에 대한 우리측의 일방적 지원과 일회성 이벤트 형태가 많아 지속가능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방송통신 교류협력 방안과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공동 전담 기구 및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통신 분야 교류는 일부 프로젝트의 통신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서 정치적 변수에 의해 사업이 중단될 때가 많다”면서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인도적 지원 관련 사업과 5·24 대북 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은 방송통신이 가진 정치적 민감성을 제거하고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방송통신교류협력지원센터’의 설립을 제안했다.

김 위원은 “방송교류는 제작 및 프로그램 교류와 공동제작 등을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에, 통신은 인프라 활용을 통한 인도적 지원에 목표를 둬야 한다”면서 “이에 필요한 기술과 통신수단을 제공하고 자원을 축적해 남북 주민들의 인식 전환까지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센터는 방송프로그램 공동제작과 상호 판매, 매체별 주파수 문제 등에 대한 공동 연구, 공동 인프라 지원, 방송제작 및 통신장비 지원, 방송통신 기술 교육, 교류 관련 제도 개선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센터는 1차적으로 우리측이 단독으로 설립해 북한과 부분적 공동사업을 추진한 뒤, 점진적으로 정부 간 상호 협의 하에 공동운영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13일 ‘2015 남북방송통신 국제컨퍼런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지사장, 리봉우 연변대 교수,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 데틀레프 퀸 전 독일 작센주 미디어청장, 최성준 방통위원장, 김도환 KISDI 원장, 현경대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허원제 방통위 남북방송통신교류추진위원장,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 / 사진제공=방통위

이와 관련해 데틀레프 퀸 독일문제연구소 소장 (前 동독 작센주 미디어 청장)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동서독 간 방송교류 사례를 들며 남북 간 방송교류에 있어 ‘상호 개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퀸 소장은 “독일 방송은 분단 시기 동서독 주민이 교류를 중단하지 않고 상대방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면서 “동독 공산당 제재조치로 동서독 주민 간 방문교류가 허용되지 않거나 허용되더라도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에 독일 방송이 분단 시기 양국 주민 간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만을 겨냥한 전문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하는 것은 정치적 선전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북한 주민들이 듣고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북한 주민이 (남한에 대해) 가졌던 적대감을 해소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북한과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북한의 선전에도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면서 “서독이 통일 당시 그랬듯이, 대한민국 사회는 충분히 견고해 북한의 선전에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은 “남북 간 방송통신 교류는 한반도 공동 번영과 통일을 위해 반드시 대비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면서 “특히 방송통신 교류 활성화는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북한 민생인프라 구축에 기여하는 등 대북정책 기조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분야인 만큼 꼭 이뤄나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남북 방송교류 협의 상설사무소 설치와 북한 방송 디지털 전환 및 초고화질(UHD) 지원, DMZ 또는 개성공단 내 공동 오픈 세트장 건설, 비정치적 내용의 북한방송 정규 편성 등 남북 간 방송통신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이 다양한 방향으로 제기됐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