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기조 전환 어려울 것” vs “핵협상 등 혁명적 전환 가능”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신(新) 대북·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는 앞서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힐러리 클린턴의 공약들을 정면 비판하면서 새로운 기조 제시를 시사해왔기 때문이다.

일단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정은을 ‘미치광이(maniac)’라 비난하면서도 한 쪽에서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직접 대화 가능성까지 내비친 바 있다. 동시에 그는 캠프 인사들을 통해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 또한 정책 옵션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개혁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에도 그는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ca We Deserve)’에서 북한 원자로를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익을 우선시하겠다는 트럼프의 ‘신 고립주의’ 공약 역시 기존의 외교·안보 노선, 특히 한미동맹 기조에서 상당히 벗어난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내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한국이 방위비를 전액 부담하지 않을 시 주한미군 철수도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연장선에서 그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또한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저 ‘아웃사이더’로만 여겨졌던 트럼프의 공약들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상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해도 대북정책을 비롯한 기존 외교·안보 노선을 전향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 ‘북미 대화 필요’ ‘대북 선제타격 가능’ 등을 주장했던 인물이 대통령이 된 이상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 트럼프式 대북정책? “美 대북기조 전환 어려울 것” VS “핵협상 등 혁명적 변화 가능”

우선 북핵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와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의 공통된 진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트럼프는 그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핵 위협’이라는 입장을 지속 표명해왔다”면서 “외교·안보 인사들도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중시하는 만큼, 미국 신 행정부의 기조 역시 이처럼(제재·압박)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당국자는 트럼프의 대북 공약들이 어느 정도 현실화 될 수 있을지에 관해선 “어느 나라든 다 그렇듯이 대통령 선거 과정 중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것이 나중에 신 행정부의 구체적 정책으로 가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한미 간에는 북한의 점증하는 도발에 대해서 제재와 압박을 통해 전략적인 셈법을 바꾸게 하겠다는 기본 입장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미국 대선과 차기 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주제로 열린 세종연구소 포럼에 참석, “트럼프 정부도 오바마 정부처럼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면서 “선거라는 것은 국내 정치 과정이기 때문에 선거 중에 대외관계에 관해 약속한 것들이 중요한 무게를 갖고 그대로 정책화 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에 대한 미국 조야의 오랜 불신이 있는 데다, 미국 정부 역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으로 대북정책을 취해 왔기 때문에 갑자기 해결 전망이 밝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미관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할 기간 동안 ‘cooling time(냉각기)’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 기간 중 미국 측으로부터 강경한 (대북) 발언들이 나오게 되면 북한 역시 이에 되받아치는 식으로 반응할 것”이라면서 “북미대화가 우선 이뤄져야 평화협정 등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 있을 텐데 현재의 정책 기조를 트럼프가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데일리NK에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 수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선제 타격이라도 해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김정은과의 ‘대화’를 이야기했다 한들 북핵 해법을 찾는 데서는 더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대성 건국대 초빙교수(前 세종연구소장)도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북핵불용’을 이야기했다”면서 “김정은과 햄버거 먹으면서 협상 못 할 게 뭐가 있느냐면서도, 트럼프의 성향상 소위 북한이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선제타격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일찍이 북한 변화를 위한 ‘중국 책임론’을 강화한 바 있는 만큼, 북핵 문제를 두고 중국과의 협상도 더욱 많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재흥 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은 포럼에서 “미중 간에 북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국면(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남 교수는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중국이 북한을 옹호하거나 도와주는 듯 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취하게 되면 미국의 대중 압박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중국으로서는 트럼프가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더욱 상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 “주한미군 철수 논의 가시화 가능성” vs “美, 현 상황서 아시아에서 발 뺄 수 없을 것”

한편 트럼프가 대선 후보 시절 동맹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앞세우겠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한미동맹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송 초빙교수는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보에 필수적인 만큼 그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만 국내에서는 클린턴이 당선될 거란 예측이 많아 트럼프 측과 연계되는 외교적 노력을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도 “한미동맹이 그래도 기본은 가겠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상 우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방위에 있어서는 공약 중 언급한 한국 핵무장 허용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논의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포럼에서 “현 체제에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전격적으로 바뀌긴 어렵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발을 뺀다는 건, 곧 아시아를 중국에 내주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미국이 정말 아시아에서 멀어질 경우, 한국과 같은 동맹국 상황이 특히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한국도 이젠 국익을 위주로 어떤 (대미)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대선 과정에서 나온 여러 가지 말에 따라 결과를 예단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트럼프가 대선 중 언급한 방위비 분담 얘기는 사실 나토(NATO)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본다. 방위비 협상 역시 양측 간 합의가 이뤄진 후에야 개정이나 변경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특히 미국의 확장억제 등 방위 공약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미국은 백악관에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국가 이름으로 합의한 것을 이행하지 않거나 바꾸는 나라가 아니다”면서 “한미 2+2 외교·국방 장관이 문건으로 합의한 것들을 포함한 것들은 미 대선과 관계없이 실무자들끼리 외교 차원의 협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책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동맹의 중요성을 계속 언급해왔고, 캠프 핵심 인사들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면서 “당선인(트럼프) 개인의 소신과 함께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정책 기조가 잘 융합돼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10여 분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로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