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대북조치에 따라 피해를 보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대북 교역·위탁가공업체들의 대책마련 요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5.24 대북조치가 취해진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18일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전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대북조치에 따른 주문감소 등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통일부에 긴급 운용자금 대출과 기존 대출자금 상환유예를 요청하기로 했다.
협회는 또 24일 이후 총회를 열어 대북심리전 재개 중단과 체류인원 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채택하고 이를 정부 측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협회는 앞서 지난달 28일과 이달 3일에도 개성공단 체류인원 제한 해제, 신변안전 대책 등을 요구한 바 있지만, 기자회견까지 열기로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상당수 기업은 천안함 사태 이후 주문감소와 대북조치의 하나로 취해진 체류인원 제한에 따른 생산차질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북측 근로자에 대한 임시 휴직 등으로 부분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교역·위탁가공업체들은 대북 사업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북 위탁가공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대책 모임을 열고, 지난 9일에는 통일부를 방문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 앞으로 교역중단을 유예해달라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또 17일에는 민주당을 찾아가 피해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게걸음’ 수준이다.
물론 업체들 요구 가운데 개성공단 체류인원 제한 해제나 대북교역 유예 등은 정부의 5.24 대북조치의 기조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통일부로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대북 교역·위탁가공업체에 대한 전업지원, 대체 수입선 알선 등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긴급 운용자금 대출과 기존 대출자금 상환유예 요구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가운데는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목인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앞에서 `텐트 농성’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업체들은 주무장관인 현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성사되지 않자 “얼굴을 볼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전날 국회까지 찾아간 것이다.
야권은 물론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종교단체들도 중단된 남북 교류 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의 재개를 촉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대북조치는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