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광사업 채널 다변화되나

현대의 대북사업이 김윤규 부회장의 일선 퇴진으로 난항을 거듭하더니 급기야는 북측이 개성관광을 다른 기업에 제안한 것으로 13일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북측이 현대가 독점적으로 수행해 온 대북관광사업 채널을 다양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북측의 태도 변화가 단순히 현대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거나 현정은 회장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북관광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대아산측은 개성관광이 2000년 북측과 맺은 7대 사업독점권에 적시돼 있으며 지난 7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회장에게 백두산관광과 더불어 개성관광을 실시할 것을 약속한 만큼 다른 기업이 수행하는 것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대북관광사업 경쟁체제 돌입하나 = 지난 89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최초로 방북, 북측과 금강산관광 의정서를 맺은 이래 그동안 대북관광사업은 현대측이 독점적으로 진행해왔다.

지난 1998년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물론이고 지난달 말 시작된 개성 시범관광도 현대아산의 몫이었다.

한 차례 다른 기업이 대북 관광사업을 수행한 적이 있긴 했다.

지난 2003년 평화항공여행사가 총 9차례에 걸쳐 평양관광을 실시했지만 현대아산측의 강력한 반발로 한달 보름여만에 중단됐다.

당시는 정몽헌 회장이 충격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한 뒤 현대의 대북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던 시기였다.

이번에 북측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 실시를 제안한 것도 대북사업을 이끌던 현대측 수장의 교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을 제안한 시점은 ‘2005 평양오픈골프대회’가 열린 지난 8월28-29일로 김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현대아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북측은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을 제안하면서 ‘관광 정책이 바뀌었다. 앞으로 북측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사업 제안이 현대측을 압박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는 아닌 것으로 점쳐진다.

◇ 북측, 왜 다변화 나서나 = 북측이 관광사업 다변화에 나선 것은 김윤규 부회장의 퇴진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그동안 북측이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직후 김 부회장을 경질한 것은 일종의 ‘배신’이라고 보고 분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던 터라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독점권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퇴진이 북측의 태도 변화를 겉으로 드러내게 만든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변화는 그 전부터 감지돼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롯데관광은 지난 6월에도 평양관광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북측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즉, 윤만준 사장이 김 부회장과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난 4월 이후 북측이 대북관광사업의 변화를 준비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점차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춰가고 있는 북측이 개성관광을 현대에 줘서는 돈벌이가 시원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개성 본관광협상에서 북측은 관광대가로 1인당 150달러를 요구했지만 현대측은 그렇게 줘서는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와 협상이 난항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 롯데관광이 개성관광 실시할까 = 북측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을 제안했지만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현대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대측은 개성관광이 2000년 북측과 맺은 7대 사업독점권에 적시돼 있어 현대가 독점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아산이 2000년 8월 합의한 ‘7대 사업독점권’에는 ‘백두산, 묘향산, 개성 등 북한의 주요 명승지 개발사업’이 통신사업, 전력사업 등과 함께 들어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으로부터 롯데관광을 접촉한다는 통지를 받지는 못했으며 정확한 배경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개성관광을 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이처럼 북측이 급작스럽게 태도 변화를 한 데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북측이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뒤집은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김 국방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8월15일 전후로 개성 시범관광을 실시하며 정례적 관광은 추후 협상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본관광 시행을 현대측에 주겠다고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아울러 롯데관광이 북측의 제안을 수용할 지도 불투명하다.

그동안 북측에서 롯데측에 수 차례 대북관광사업을 제안했지만 수익성이 불투명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측은 이번에도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수익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섣불리 나서지는 않을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롯데관광이 개성관광을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한다면 향후 금강산은 현대, 개성은 롯데 등으로 대북관광사업이 경쟁체제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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