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터뜨릴 통일전략 논할 때다

한반도의 통일을 논함에 있어 몇 가지 전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현재의 북한체제가 변하지 않는 조건에서 통일이란 가능하지 않다는 것, 둘째 북한의 현 체제가 변하는 것은 크게 경착륙과 연착륙이 있는데 북한의 현 체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 가능성이 크다는 것, 셋째 경착륙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연착륙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주로 북한 김정은 정권의 개혁개방 성공 가능성과 대내외적으로 필요한 성공조건에 대해서 검토해 볼 것이다. 나아가서 연착륙에 성공하는 것이 한반도 통일에 어떤 장단점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하고자 한다.

한반도 통일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북한정권이 점진적인 개혁개방을 해서 연착륙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착륙에 성공한 북한 개혁정권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방향에서 남한과 합의통일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연착륙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며, 개혁개방에 성공하고 연착륙한다고 해서 북한의 개혁정권이 반드시 통일에 나서리란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경착륙했을 때 발생할 커다란 혼란과 심각한 후유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볼 때, 연착륙에 성공하는 것이 북한 주민을 위해서나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본 연구는 논란의 여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이미 개혁개방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개혁개방의 성공가능성 즉 연착륙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 점진적 체제전환에 성공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와 남북통일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반드시 통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하게 될 것이다.

1장

현 북한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다

먼저 체제전환이란 무엇인가? 체제전환은 다양한 의미와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정의하는 체제전환은 ‘구 사회주의 체제’가 ‘시장을 확대하는 개방된 체제’로 전환된 것을 주로 지칭한다. 크게는 중국과 베트남 식의 개혁개방으로 인한 체제전환 유형과 소련과 동구권의 기존체제의 붕괴에 이은 자본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있다. 전자는 공산당 정권의 주도 아래 개혁개방을 성공시켜 연착륙에 성공한 경우이고, 후자는 공산당 정권이 붕괴하고 경착륙한 경우에 해당한다. 필자는 북한의 체제전환에 대해서 언급할 때 위의 두 가지 유형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전개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현재와 같은 수령절대주의체제를 유지하는 조건에서는 남북통일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체제전환이 이뤄져야 통일에 대한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개방 가능성과 그 성공 혹은 실패에 따른 통일대비를 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수령절대주의체제를 고집하는 한 왜 통일이 불가능한가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이 수령절대주의체제를 고집하는 한 왜 통일이 불가능한가?

첫째 개혁개방과는 달리 통일은 두 개 이상의 주권국가가 권력의 상당부분을 내놓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주권을 세우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체제의 특성상 권력을 분점하는 것도 극히 어렵고 수령절대주의 정권과 민주주의 정권을 하나로 통일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체제의 특성이라 함은 수령 1인에게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다는 점, 정보의 독점과 통제에 기초한 광적인 우상화에 기반한다는 점, 사소한 저항이나 비판을 일체 허용치 않는 공포정치를 주 무기로 한다는 점, 민족지상주의와 결합된 쇄국정책을 추구한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것을 본질로 하고 있는 북한의 수령절대주의체제와 이와는 정반대의 특성을 갖고 있는 한국의 민주정권이 권력을 분점하여 통일로 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공상에 불과하다. 김정은 정권이 변할 수 없다가 아니라 북한 정권이 수령절대주의체제를 고집하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통일로 가는 과정 혹은 통일의 높은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령절대주의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령절대주의체제가 본질에 있어 1인이 권력을 절대적으로 독점하고 강력한 통제를 실시하는 체제인 만큼 개방과 교류와 분권을 전제로 하는 통일을 추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남북이 서로의 문호를 개방하고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권력을 분점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은 수령절대주의 체제의 개방체제로의 전환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유지된다고 해도 이 정도의 진척이 이뤄진다면 이미 수령절대주의 체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통일을 추구한다고 해도 일정 단계에 이르면 수령절대주의 체제를 포기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셋째 역사적으로도 두 개 이상의 주권국가가 합의에 의해 공존하면서 통일을 달성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한 경우가 없다. 아랍공화국 연방이나 베트남이나 예멘이나 독일이 모두 그러했다.

먼저 아랍공화국연방의 경우를 살펴보자. 아랍공화국연방은 리비아의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범아랍주의 국가를 표방하며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세 나라를 합병하여 성립하려고 했던 연방으로, 1971년 9월에 성립되었다가 1977년 7월 해체되었다. 아랍공화국연방은 분단국가가 통일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범아랍주의 운동의 성격이 짙었다. 대등한 주권국가들이 합의에 의해 통일을 했지만 대 이스라엘 정책에 이견을 보이며 6년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다음으로 베트남은 익히 잘 알다시피 1975년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통일을 달성해 지금까지 통일이 유지되고 있다.

한때 분단국이 합의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던 예멘의 경우를 보자. 예멘은 과거에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북예멘(예멘 아랍 공화국)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사회주의 국가가 된 남예멘(예멘 인민 민주 공화국)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예멘은 1990년에 양측의 합의로 통일정부가 구성되었으나, 1993년, 8월 북부정권이 남쪽의 발전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이유로 남북 간에 대립상태로 들어가고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 1994년 5월 전면 내전으로 확대되었지만, 같은 해 7월 북예멘의 일방적 승리로 완전한 통일이 되었다.

독일통일은 베를린 장벽과 동독의 붕괴를 바탕으로 동독 정부와 주민의 요구에 따라 합의 하에 흡수통일이 이루어진 경우다. 외형적으론 합의통일이지만 동독 사회주의체제와 정권이 붕괴하면서 이뤄진 흡수통일인 것이다.

이렇듯 전 세계의 역사는 대등한 주권국가가 합의에 의해 통일을 성공적이고 안정적으로 달성한 경우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삼국통일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체제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달성하는 것도 매우 어렵거니와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 이상의 진전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체제가 최소한 베트남이나 중국의 개혁개방 체제로 전환되어야 통일의 전제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전환은 크게 보았을 때 연착륙과 경착륙의 경로가 있다. 여기서는 주로 점진적 체제전환에 관해서 다루고자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