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성명 1주년> 대미 공조 가속화하는 일본

향후 ‘북핵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요소는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지난 9일 거리유세에서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요코다 메구미와 다른 납치피해자들을 결코 단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차기 정권에서도 납치해결이 대북(對北) 문제에 접근하는 열쇠말이 될 것임을 강력히 예고한 셈이다.

아베 장관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계기로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고 북한 미사일발사시 강공을 펼치며 집권을 눈앞에 둔 대북 강경파이다. 그런 그가 납치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북한 미사일발사를 거론하며 제재안을 만지작거리는 한 사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차기 정권이 6자의 구성원 가운데 한국 및 중국과 유기적 협력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양국과 정상간 대화채널이 복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역시 불투명하다.

그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야스쿠니 참배 포기를 회담 복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아베 장관이 가닥을 잡은 ‘야스쿠니 비밀주의’로는 깨진 신뢰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한국 및 중국과 대화의 문을 닫은 사이 미국의 대북 강경무드에 편승, 대북 압력의 강도를 차례로 높여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베 정권’에서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이 크다.

“제재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케 함으로써 상대를 협상테이블로 부를 수 있다”는 그의 거듭된 언급은 전임자인 고이즈미(小泉)식 ‘당근 정책’ 보다는 ‘채찍’을 우선하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대북(對北) 금융제재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기 정권이 오는 26일 출범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아베 정권’이 내놓은 첫 대북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외환법에 따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의 관련이 의심되는 북한 기업이나 금융기관 12곳과 개인을 상대로 일본 내 금융계좌에서의 예금인출이나 해외송금을 사실상 금지, 자산을 동결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조치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던 지난 7월5일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호의 입항금지를 비롯한 9개 항목의 제재조치를 단행한데 이어 나온 것으로 북한측의 강한 반발을 야기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북한 미사일발사를 빌미로 미국과의 군사공조 아래 군사력을 강화해 가는 것도 동북아시아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은 지난 11일 북한 미사일을 비롯한 한반도 감시를 주요 임무로 하는 정찰 위성을 쏘아올렸다. 내년 초 정찰위성 1기를 더 쏘아올려 모두 4기 체제를 갖추면 지상 어느 지점이라도 하루 1차례 감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미국과 공동 추진중인 미사일방어(MD) 체제를 조기 가동, 연내 오키나 와현 주일미군 가데나(嘉手納) 기지 등지에 지상배치요격미사일 PAC3를 배치, 일부 운용을 시작하며 내년 3월께부터 본격화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패전의 제약 아래 ‘전수방어’를 표방해왔다. 그러나 MD 일환으로 내년부터 2010년까지 도입, 이지스함에 장착할 계획인 스탠더드 요격 미사일(SM3)이나 보잉 737기를 개조한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 군사장비는 공격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북한은 물론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각축중인 중국을 크게 자극, 6자회담 중단으로 긴장의 기운이 높아지고 있는 동북아시아 질서의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개헌 정권’을 표방한 ‘아베 정권’은 교전권을 부인한 평화헌법에 근거, 부인돼온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제임스 켈리 주일 미해군 사령관이 지난 7일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일 양국이 이미 이를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힌 점에 미뤄 동북아에서 중국 등을 견제하는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는 미국은 이 구상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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