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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간 대북라디오 방송 중 하나인 ‘자유조선방송’의 이광백 대표는 이른바 ‘전향 386’이다. 학생운동 시절 그 역시 징역살이를 경험했다. 그런데 그가 체포된 이유가 이색적이다. 그의 죄목은 화염병도 아니고 쇠파이프도 아니었다. 북한의 대남 라디오 방송인 ‘구국의 소리’를 청취, 채록해 팜플렛을 만들어 ‘통일선봉대’에 참가한 전국 대학생들에게 배포한 것. 주말 예능프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복불복’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20대 초반 김일성과 주체사상에 심취했던 열혈 청년(?)이 불혹의 나이에 대북민간 라디오 방송 대표를 맡게 된 것이다.
자유조선방송, 이름부터가 낯설다. 이 대표는 “북한 사람들 자신들을 ‘북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조선 사람’이라고 표현한다”고 답했다. 북한 청취자들을 ‘의식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표현과 정서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대북 민간라디오 방송들이 통상 북한 체제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북한 청취자들에게 북한을 비방하는 선전방송이라고 오해를 살수도 있다”며 “우리는 북한 청취자들의 정서와 감성에 맞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유조선 방송은 대북라디오 방송 중 유일하게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사건과 진실’이 이 대표가 내세우는 주력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북한의 미래를 모색해보는 ‘논평’ ‘성명’ ‘시사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이 대표는 “북한 사람들에게 외부사람들의 시각으로 정보를 전달할 경우 정서적 거리감이나 용어 때문에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며 “북한 청취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와 외부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가 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례로 1989년 방북으로 남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임수경 씨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남한에서는 그가 북한 정권에 이용될 것을 걱정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그녀를 보며 ‘미제 식민지에서 굶주리다 왔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도톰하게 얼굴 살이 많냐’고 궁금하게 여겼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평소에 접하는 정보의 양이 많지 않다보니 의외로 직선적이고 본질적인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라디오 방송의 효과’는 무엇일까? 라디오 방송은 라디오만 갖고 있으면 어느 지역 누구라도 지속적으로 외부정보를 접할 수 있다. 또 상당히 넓은 지역의 사람들이 무작위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귀’를 통해서 외부사회의 정보를 접하고, 자신들의 현실을 자각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도소에서 ‘죄값’은 치렀지만, 북한 인민들에 대한 ‘마음의 빚’은 아직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겸손함을 내비쳤다.
반면, 종북(從北)의 그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평가는 단호했다.
“과거에 북한과 주체사상을 믿고 운동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것이 거짓이었고, 김정일 개인의 독재와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였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것도 시대가 낳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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