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민간 방북 ‘불허’ 배경과 영향

통일부가 금강산 피살사건에 따른 남북관계 상황을 이유로 전교조의 대규모 방북을 불허하면서 당국 차원을 넘어 민간급 교류도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통일부는 다른 단체들의 대규모 방북에 대해서도 전교조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이달 예정된 단체들의 방북 계획도 줄줄이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전교조 방북단 69명의 방북신청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친 결과 현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향후 적절한 시점에 방북을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반려조치 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격사건 이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할 때 대규모 방북은 적절치 않다”며 “순수 인도적 차원의 방북은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지만 상식적으로 필수인원보다 과다한 인원이 가는 것에는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여론을 감안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북한이 금강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계속 거부한데 이어 오히려 ‘불필요한 남측인원 추방’이라는 강경카드를 꺼내든 데 대해 우리 정부도 물러설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북한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북한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민간교류 부분도 제동을 걸겠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최근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는 데 대해 우리도 어떤 형태든 대응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비록 금강산에 한정했지만 사소한 적대행위에 대해서도 강한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만큼 안전조치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민간인 방북을 허용했다가 억류 등 불상사가 생길 경우 부딪칠 비판도 감안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조치가 금강산 사건 해결이나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국간 관계가 교착돼 있을 때는 민간급 교류가 양측간 긴장을 완화시키고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정부가 남북이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스스로 막아버린 셈이라는 것이다.

또 남북간 전면적 대화를 제의한 최근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이나 정부가 제시한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대외적으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06년 북핵 사태 등 당국관계가 경색됐을 때도 민간교류는 지속돼 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 활용해야할 민간교류를 제한하는 것은 남북관계는 물론 금강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이번 방북 불허가 ‘금강산 사건과 남북관계는 분리대응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측은 “정부가 그동안 어렵게 개척한 화해협력의 시대를 대결의 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금강산 사건과 남북관계 진전은 별개라는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지금 정부의 행위는 남북관계 개선과 금강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지 남북관계를 파탄내거나 과거로 회귀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인도적 사업은 정부에서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핵문제 등 주변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지난번에도 한 단체가 개성에서 실무접촉하는 것은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밝혀 남북이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막았다는 지적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은연중 시사했다.

한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전교조, 민노당은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 청사 앞에서 통일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시위, 행정소송 등 향후 대응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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