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당(黨) 대회를 계기로 한 북한의 당 지도부 교체와 관련해 각 인물의 발탁 배경이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조직지도부장에 앉은 김재룡은 탁월한 인사관리 능력에, 군정지도부장에 앉은 오일정은 빨치산 가문이라는 상징성에 각각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부 상황에 정통한 북한 고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김재룡과 오일정이 당 조직지도부장과 군정지도부장에 발탁된 배경과 조용원의 일약 승진 내막 및 이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먼저 그는 김재룡은 조직지도부장에 앉은 것과 관련, “작년에 강원도에 내려갔을 때 일군(일꾼)들의 출신성분이나 집안 배경을 보지 않고 자기 지방에서 당 정책관철을 위해 해놓은 일이 무엇인지, 사업작풍과 일본새(업무태도)는 어떤지 분석한 자료들을 혼자 밤새워 다 검토하고 간부사업을 했다고 한다”며 “이에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그를 당의 사상과 영도의 본질을 꿰뚫고 간부사업을 충실히 집행한 사람으로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 일꾼들의 품성, 전문성, 사상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당 정책 구현을 위한 최적의 간부사업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김재룡이 꼽혀 조직지도부장에 발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노동당 8차 당 대회 및 중앙위 1차 전원회의 조직 및 인사 관련 결정 분석’ 자료에서 “당 부서들 중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던 조직지도부는 검열 기능이 축소되고 인사 업무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당내에서는 김재룡을 두고 ‘일본새를 보면 당성이 보인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토대에 관계없이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사람’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당원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최고위급 간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오일정의 군정지도부장 발탁 배경에 관해 “그(오일정)는 항일 빨치산 오진우 동지의 아들이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그동안 군정지도부가 맥을 못 추는 현상이 나타나자 상징적인 인물을 앉혀 부서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안에서는 보고 있다”고 했다.
오일정의 아버지 오진우는 과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를 추켜들고 당의 유일사상 체계를 수립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런 아버지의 대를 이어 군에 대한 당적 지도를 잘해 어떤 형태의 위협과 불의한 사태에도 김 위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사수하는 책임 있는 군대로 만드는 데 역할과 소명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그를 임명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원수님은 전문성과 충실성을 보고 간부사업을 하시는데 사업성과가 없는 그를 발탁한 것을 보면 그동안 총정치국이나 인민무력성(현 국방성), 군 보위국(전 보위사령부)보다도 군에 영향력을 못 미친 군정지도부에 일부러 상징적인 사람을 앉힌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안에서는 수령님(김일성)의 충신인 오진우 동지의 아들을 통해서 군정지도부의 당적 지도가 군에서는 최고의 지도라는 것을 암시하는 간부사업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충신’ 조용원, 유일적 지도체제 담보 공로…”김정은 간부사업 기준에 부합” |
한편 소식통은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한 조용원의 일약 승진과 김여정의 후퇴를 둘러싸고 당 내부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조용원은 8차 당 대회 기간에 열린 8기 1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고 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는 등 권력이 수직 상승했지만, 김여정은 정치국에서도 제외되고 요직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에 따르면 조용원은 당의 유일적 지도체제를 확고히 담보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며, 그는 김 위원장의 비준에 따라 본부당과 전당에 대한 당적 지도는 물론 군사·국방·행정경제 부문 부서들에 대한 당적 지도 및 간부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소식통은 “주체혁명위업 완성의 뿌리를 계승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노력한 그(조용원)는 원수님과 김여정 동지의 믿을 수 있는 충신으로 신임을 받고 있다”며 “지금 안에서는 원수님의 간부사업 방향이 첫째로 젊은 층, 둘째로 다방면적인 전문성, 셋째로 당의 사상과 의도에 맞는 사업 집행 능력과 현실성 있는 보고인데, 그가 이 세 가지 기준에 다 부합되는 인물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김여정과 관련 “공식적으로는 당적 지도 권한이 없지만, 백두혈통으로서 조용원 동지와 함께 당 사업이나 정책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여정 동지의 입지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여정은) 일반적인 당 일군들처럼 직책을 갖고 활동하며 책임을 묻거나 질 대상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경력과 업적을 다 쌓아서 이제는 백두혈통의 반열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대내외에 메시지를 내는 위치에 올랐다”고 부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