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결혼식에 ‘차떼기’로 뇌물줘야”

북한 당 간부 자제들의 결혼식이 하급 일꾼들로부터 각종 현금이나 물품 등을 상납받는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도 결혼식은 집안뿐 아니라 마을에서 잔치를 할 정도로 큰 경사에 해당한다. 먹고 살기도 힘든 사정이지만 친척이나 직장 동료들의 결혼식에는 으레 선물이나 부조(축의금)를 전달하고 축하해 주는 것이 관례다.

물론 김일성이 사망한 94년 이후 3년간 결혼식이 금지되고, 식량 미공급 시기에는 결혼식 자체를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이후 사정이 다소 나아지면서 특혜계층을 중심으로 결혼식을 제대로 치르려는 집안이 늘고 있다.

보통 시골에서는 쌀이나 남새(채소) 같은 먹거리를 가져다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도시에서는 현금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90년대 초반까지는 개인당 5∼10원, 90년대 중반까지는 100∼500원, 최근에는 1,000원 정도를 내고 있다. 보통 쌀 1kg에 해당하는 액수다.

북한 내 소식통은 “최근에는 친한 동무들 사이에는 5천원에서 1만원 사이, 외화벌이 일꾼이나 돈을 많이 버는 장사꾼들은 100달러도 준다”고 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중앙당이나 도당 비서처 비준 대상이 되는(군당 책임비서와 조직담당 비서, 보위부·보안서 책임자, 사상담당 비서, 기업소 유급비서, 근로단체 책임자) 간부들의 자식 결혼식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달러나 중국 인민폐 같은 외화,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외국산 의류와 생필품, 술과 담배 등이 차떼기로 전달될 정도”라고 말했다.

몇일씩 음식 접대하며 뇌물 챙기기 바빠

심지어 결혼식 상에 올릴 꿩(장끼와 까투리 한 쌍)까지 사육장에서 가져와 바쳐야 될 정도. 꿩은 중앙당 상납과 외화벌이에만 사용할 수 있고 전용이 금지돼 있다. 그뿐 아니라 리(里)급 간부를 통해 결혼식에 필요한 양곡 수십kg과 장마당에서 고기 수십 kg도 요구한다는 것.

이 소식통은 “간부들이 결혼식 당일은 조용히 검소하게 치르는 것처럼 하지만, 저녁이 되면 당 기관이나 인민위원회, 보위부·보안서, 기업소, 심지어 돈 잘 버는 사진사들까지 찾아와 돈을 고이고(받치고) 있다”며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한탕씩 해먹는 모양새”라고 했다.

소식통은 “당 간부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이런 결혼식을 한 번 치르고 나면 몇 천 달러씩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1989년 김정일은 “국가적으로 식량사정이 긴장되고(어려워지고) 있으니 결혼식을 간소하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당 간부들이 몸조심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당국의 통제가 느슨해진데다 부패가 심해져 결혼식을 빙자한 뇌물 상납이 도를 넘어가고 있다.

함경남도 00군 인민위원회에서 2004년까지 행정일꾼으로 복무하다 입국한 탈북자는 “기업소나 인민위원회, 국가기관 일꾼들이 당 간부들에게 잘 보이려면 뇌물을 바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당 방침을 관철 못한다고 자꾸 괴롭히니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증언했다.

당 간부들은 이러한 뇌물을 받기 위해 결혼식이 지난 이후에도 일주일 정도 손님 접대를 한다고 한다.

한편, 일반 주민들은 북한 결혼식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시내 드라이브에 쓸 차량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신랑이 신부를 태워오기 위해 승용차를 동원하기도 힘들어 공장 화물차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부 소유의 승용차를 빌리기 위해서는 3∼4천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주변 공장에서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식통은 “간부들이 결혼식에서 한몫 챙기더니 자신의 환갑이나 진갑 때도 선물을 상납받는 풍조가 생겨 하급 일꾼들은 선물 준비에 혀를 내두를 정도가 됐다”고 꼬집었다.

옌지(延吉)=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