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창건일에도 돈받고 곡물 ‘공급’… “하다하다 선물로 돈버나” 불만

소식통 "쌀과 강냉이 등 시장가격과 비슷하게 팔았으나 물량 부족으로 판매 중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당 창건 76주년 기념일을 맞아 기념강연회를 열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자신의 집권 기간인 지난 10년간 당 건설에서 이룩된 성과를 언급했으며 별도의 대외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일부 지역에서 당창건일 기념 공급 명목으로 쌀과 옥수수 등을 돈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가격(시장가격의 1/10 수준)으로 공급되던 명절 공급이 시장가격과 비슷하게 판매되면서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13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0일 당창건일 76주년 기념으로 명절용 쌀을 공급한다며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쌀과 강냉이(옥수수)를 판매했다. 

곡물 판매는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이뤄졌는데 지역 인민위원회 양정과가 이와 관련 계획과 관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절 공급용으로 판매한 쌀 가격은 1kg에 4000원, 강냉이는 1kg에 2000원으로 시장가격보다 다소 싸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달 초(4일 기준)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1kg에 평양 5000원, 신의주 5000원, 혜산 5500원으로 조사됐으며 강냉이 가격은 평양 2000원, 신의주 2100원, 혜산 3000원이었다. 

쌀의 경우 1kg당 1000원 가량 싸게 판매한 것이지만 강냉이는 시장가격과 같은 수준이어서 주민들은 “국가가 명절 공급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냐” “이럴거라면 차라리 시장에서 사먹는 게 낫다”는 등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또한 명목은 명절 공급이지만 시장가격 수준으로 쌀과 강냉이를 판매하면서 국가식량판매소에서 판매하는 곡물도 구입하지 못한 가정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가식량판매소가 확보한 물량도 충분치 않아 계획대로 곡물 판매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식량판매소는 10월 10일 명절 기념 공급으로 10월 상반기 3일, 하반기 3일 총 6일치의 곡물을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1인당 하루 500g씩 3일치 곡물을 판매하고는 물량 부족으로 하반기 3일에 대한 공급분은 판매하지 못했다.

한편, 양강도·함경도 등 일부 지역은 지난 당창건일 선물 명목의 공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13일 “9월 말 식량판매소를 통해 쌀과 강냉이를 팔았지만 10월에 당창건일 명목으로 선물이 제공되거나 판매된 것은 없었다”며 “지난해 당창건일 75주년에는 당과류나 술 정도의 공급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전혀 었었다”고 전했다. 

당국이 일괄적으로 명절 선물로 주민들에게 곡물을 판매했다기 보다는 일부 지역의 당과 식량판매소가 당창건일 기념 선물을 명목으로 곡물을 판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명절 공급으로 술 1병, 돼지고기 1kg, 수건, 칫솔, 치약 등이 분배되지만 최근에는 명절 공급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당 기관이나 외곽 단체 등 기관 기업소에서는 당창건일을 기념해 1가구당 맛내기(조미료) 80g, 식용유 120g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간한 북한 무역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8월 식용유와 설탕, 조미료 등을 올해 처음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최근에 수입한 중국산 식료품을 기관 기업소에 분배하면서 이 중 일부가 당창건일 기념 명절 공급 명목으로 판매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