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탈북자야?”…내가슴 재만 남았다

▲KBS 사회교육방송이 지난 10월 20세 이상 국내 탈북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해마다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한 해 1000여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입국했다.

올 연말쯤 국내 탈북자 누적 숫자가 1만명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어서 탈북자 지원과 적응을 돕기 위한 입체적인 정착지원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탈북자 정책은 정착금 지원, 주거마련, 교육, 취업 지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정부는 탈북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개선해 직접지원을 줄이고, 취업한 탈북자들에게 장려금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부의 탈북자 지원정책이 물질적 지원과 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단기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즉 정부의 기존 정책과 별개로 탈북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통합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적응 돕는 사회통합정책 필요=그동안 정부정책이 남한사회 정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십년 동안 사회주의 국가에 길들여진 탈북자들이 단기적인 지원정책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를 비롯해 민간단체들이 탈북자들의 사회적응을 돕겠다는 취지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물질적인 정착지원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적인 사회통합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탈북자들은 “먹고사는 문제만큼이나 남한 사회에서의 탈북자들에 대한 이목과 편견 때문에 정착하기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KBS 사회교육방송이 10월 16~19일 20세 이상 국내 탈북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남한 생활 중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탈북자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이 28.3%로 가장 많이 응답했고, ‘남북한 언어의 차이’와 ‘문화적 이질감’이라고 응답한 탈북자는 각각 24%, 13.%로 나타났다.

‘취업 및 돈벌이’는 15%로 나타나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취업과 함께 남한 사회에서의 이목과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취재①-탈북자 1만명 시대]

장기적인 탈북자 지원정책 필요

[기획취재②-탈북자 1만명 시대]

탈북자 정착업무 행자부가 맡아야

또한 탈북자들의 사회 부적응은 취업률과 취학률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0월 공개한 국무조정실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직업훈련을 받은 탈북자들의 취업률이 12.6%에 그쳤다. 김 의원은 “지난해 탈북자 취업률이 23.1%였으나 올해는 절반수준 떨어져 탈북자들의 취업과 교육, 주거분야에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학용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0월 국가청소년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탈북자 가정 자녀의 초등학교 취학률은 85.7%인데 비해, 중학교, 49.1%, 고등학교 6.6%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와 함께 탈북 학생들의 중도 탈락하는 비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 중학생 중 16.2%, 고등학생 중 14.5%가 학업을 중도에 포기했다. 신 의원은 “탈북 청소년의 학교 적응을 위해 관계 부처간의 폭넓은 협력을 통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6년 동안 탈북자 정착을 도와온 김선화 공릉복지관 부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사회적 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취업하는 과정에서 탈북자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하고, 취직하더라도 불법 체류자로 취급 받는다”고 말했다.

2001년에 입국한 김명수(가명)씨는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차별”이라면서 “단시간에 남한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적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를 돕는 정책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씨는 “탈북자들이 취업이 안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선입견 때문”이라면서 “남한 국민들이 탈북자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탈북자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합리적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교회, 복지관, 민간단체들이 탈북자들과의 대면접촉을 통해 사회적응을 돕는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체계적이며, 입체적인 탈북자 지원과 사회 적응을 돕는 정책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사회 적응을 돕는 탈북자 정책이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민관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늘어난 탈북자 규모와 복잡한 정착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의 지원 원칙에서 민간 자원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민간단체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정책적인 환경을 마련하여, 이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것.

김 부장은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하나가 되어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정부는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독려해 내고, 지역사회에서는 북한 문화 알리기, 탈북자들과의 운동회 등 주민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정부는 지역사회가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탈북자들의 사회통합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탈북자 지역 협의회’를 자치단체별로 만들어 탈북자 정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다문화 가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특히 통일부와 보건복지부는 탈북자 사회적응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다”고 말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탈북자들의 심리적인 문제는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신질환적 현상도 꽤 많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는 초기에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원과 민간단체, 정부 공동으로 치료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정신∙심리적 스트레스로 사회적응 어려워=탈북자들은 북한이라는 폐쇄사회에서의 억압된 생활과 탈북하는 과정에서의 정신∙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남한 사회적응이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다수의 탈북자들이 다양한 정착지원제도 및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남한사회 부적응을 보여왔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정신∙심리적 측면에서의 지원이 부족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정신∙심리적 스트레스는 탈북하기 전 기간, 탈북 기간, 정착 시기 등에서 집중적으로 받게 된다. 북한에서는 식량 부족, 삶의 질, 정치적 억압 문제 등이 발생하고, 탈북하게 되면 체포당할 위험, 죽음의 위협,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등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국내에 들어와서도 가족의 상실과 죄책감, 사회적 차별, 편견 등으로 인해 탈북자들의 정신∙심리적 상태는 극도로 불안정하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올해 하나원 교육생 114명과 정착탈북자 190명, 총 304명을 대상으로 중복 응답이 가능한 심층 면접을 한 결과,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북한, 탈북과정, 남한에서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이 상담심리사가 지난 2004년 분당하나원 62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에서의 생활고, 가족과의 이별, 굶어죽는 사람의 목격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탈북자가 각각 58%, 66%, 70%로 조사됐다. 탈북과정에는 공안으로부터의 신분위협, 중국에서의 언어폭력, 낯선 생활에 대한 두려움 겪었다는 탈북자가 각각 42%, 25%, 46%로 조사됐다.

탈북자 의료지원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생명이 올 초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입국초기 탈북자 80% 정도가 수면장애를 포함한 불안증에 시달리고, 30% 정도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15%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4년 60여명의 하나원 교육생 정신건강 상태를 진료한 결과 60%가 PTSD 동반 등 우울증, 35%가 PTSD 등을 진단받아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탈북자들의 정신∙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 탈북자 정신건강 관련해 사업을 하고 있는 5개의 복지관과 탈북자 지원센터를 선정하여 지원한 바 있으나, 시범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까지 탈북자의 정착지원을 위하여 정신∙심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정신적 특성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은 실천적 영역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화적인 차이를 존중하고 교육으로 다가서는 시도를 있었지만, 탈북자 한 개인의 정신심리 및 건강상태를 배려라고 다가서는 정책이 전무한 상태다.

또한 탈북자 사회적응에 대책과 함께 정신∙심리적인 지원을 하는 통합적인 탈북자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연희 교수는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재정난과 실업으로 인해 만성적인 우울증에 빠져 있다”면서 “정신적인 문제는 풀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재정적 지원과 함께 정신건강에 관한 통합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탈북 여성에 대한 별도 정책 필요=매년 국내 입국하는 여성 탈북자 수가 남성 탈북자에 비해 급증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요구된다. 특히 탈북여성들은 중국에서의 인신매매 등 범죄의 대상이 되어, 심각한 인권유린을 경험한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여성 탈북자 수는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 남성 탈북자 수를 앞질렀고 지난해에는 1천383명 가운데 여성이 961명을 차지하는 등 2004년부터는 여성이 남성의 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북한 당국도 경제침체로 인해 기업소, 사업소의 인원을 축소하기 위해 여성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중국으로 탈북 하는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여성들은 중국이나 제 3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는 등 온갖 수난을 겪는다. 탈북여성들은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성 착취, 장기매매 등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입국하더라도 취업, 결혼, 교육 등 탈북 여성들의 어려움은 남성 탈북자들보다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04년에 입국한 임연순(가명)씨는 “중국에서의 처참한 생활은 생각하기도 싫다”면서 “중국에서의 정신적 충격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남한에서 적응하기 더욱 힘들다”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탈북여성들이 중국에서 심한 인권유린을 당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을 지원할 이렇다할 정책이 없다”면서 “정신∙심리적 문제를 비롯해 여성 전용의 취업 모델을 개발하는 등 별도의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탈북여성들의 문제는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최근 탈북여성들이 자원봉사들에 참여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좋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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