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자회 앞둔 北, ‘김정은 등장쇼’ 올인

북한이 44년만에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개최를 앞두고 후계자인 김정은의 등장 가능성과 당권력 개편이 주목되고 있다. 김정일이 26일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도 사실상 후계를 마무리 짓기 위한 행보란 관측이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4일 열린 ‘선군혁명 영도 50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역사적인 조선로동당대표자회를 계기로 선군혁명의 참모부이고 우리 인민의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인 우리 당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 말했다.


26일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이미 북한은 시, 군 당대표회를 통해 도 대표회에 참석할 대표자를 선출하고 있다. 이미 지정한 대표들을 가결하는 방식의 ‘요식행위’에 불과하지만, 44년만의 당대표자회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김정일의 전격 방중도 후계와 밀접하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김정은의 동행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나아가 김정은과 시진핑의 면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기 북-중 지도자들의 대면식을 위해 ‘깜짝’ 방중이 기획됐다는 설도 나온다.


당 지위 복원, 김정은 공식 등장에 초점


북한은 당대표자회 개최를 공포한 지난 6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에서 ‘우리 당과 혁명 발전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함’이라고 밝혀 대대적인 당권력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 당대표자회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선거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당권 강화 역시 ‘포스트 김정일’ 즉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후계 공식화와 밀접하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후계자 지위가 대외적으로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고,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전 노동당 비서)도 “김정은 후계문제를 다루면서 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지난 1980년 10월 6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일이 당권을 장악했듯이 이번 3차 당대표자회가 김정은의 당권 확보를 통한 후계 확정을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김정일은 6차 당대회 첫날 ‘대회집행부’ 명단에서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튿날 회의에선 ‘결정서 초안 작성위원회’ 명단에 김일성 다음으로 거명, 후계가 공식화됐었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당중앙위원회 제6기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김정일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중앙위원회 비서, 당중앙군사위원에 선출했었다.


때문에 김정은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의 조직비서 임명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김정은이 당 조직비서가 되면 당 내부 사업을 100% 틀어쥐게 되는 것”이라며 “조직비서에 따라오는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국방위원회 위원 등은 의례적인 겸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열악한 경제상황과 북한 민심을 고려할 북한이 김정은을 바로 후계자로 내세우기보다는 우선 집단지도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이승렬 이화여대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2012년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등장시키기 위한 엘리트 구성에 이번 당대표자회의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정은 후계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공식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당창건기념일’까지 ‘후계축제’ 이어갈 듯


김정은이 당대표자회를 통해 공식 직함을 획득한 후 65주년으로 정주년(꺾이는 해)을 맞는 10월 10일 ‘당창건기념일’에서 보다 화려하게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올해 정주년을 맞는 당창건기념일을 대외적으로 크게 펼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이미 후계자로 각인된 김정은을 당창건기념일에 맞춰 대외적으로 공식 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을 공식 등장시키고 싶어도 그를 소개할 직책이 없는 실정으로 이번 당대표자회는 김정은의 10.10절 공식 데뷔를 위한 절차적 행사”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60주년 10.10절 행사 때인 2005년, 김정일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과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때문에 2005년 보다 화려한 행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더불어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이미 10월 10일 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로 추정되는 대규모 국가급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과 기갑장비 및 화포를 다수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대표자회 일정과 관련, 9.9절(공화국 창건일)에 연동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그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대북소식통은 “9.9절 행사 전이나 후에 이뤄질 것”이라며 “북한이 김정은의 후계 공식화 행사를 당의 지도를 받는 공화국 기념일에 섞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9.9절 행사와 연동해 당대표자회를 갖는 것은 당대표자회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