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권파는 중앙위가 의결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두겠다고 밝혔다. 혁신비대위의 경선 비례대표 후보 사퇴 추진을 거부하고 6월 전당대회까지 당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전략이지만, 한 개 정당 안에 두 개의 비대위가 구성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됐다.
당권파가 구성할 비대위는 부정선거와 폭력사태로 초래된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비당권파에 대한 역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6월 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당권파의 구상대로 치르겠다는 속셈이다. 당원 표결로 가면 결국 진성당원이 많은 당권파가 앞선다는 계산아래 힘으로 밀어부치겠다는 의도이다.
당권파 측 이상규 당선인은 “강기갑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당권·비당권파가 동수로 참여하는 화합형 비대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참을 결정했다”며 “그럴 거면 비당권파끼리 비대위를 구성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비당권파측은 당의 대표기구는 ‘혁신비대위’일 뿐 당권파가 주장하는 ‘당원비대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일단 관심은 비당권파 중심으로 구성된 ‘강기갑 혁신비대위’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출당시키는 결정을 내리느냐의 여부다.
강 비대위원장은 1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두 당선자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출당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다른 압박수단으로 작동될 수가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어떻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해선 저희 비상대책위가 당내인사, 외부인사, 많은 국민들의 뜻과 또 당원들의 마음과 의견들을 모아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출당 결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정미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당원들이 자발적인 모임을 하고 의견을 소통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혁신비대위가 당의 대표기구인데, 또 다른 비대위를 쓰면서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권파) 비대위는 임의기구인데 마치 권력이 따로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혁신비대위를 부정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당권파가) 심사숙고해서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김 당선자는 강기갑 혁신비대위 입장과 별도로 19대 국회의원에 이미 등록했다. 두 당선자는 이날 초선의원 연찬회에는 불참했지만 각각 인터뷰와 공개편지를 통해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5월 30일까지 버티면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내달 5일 첫 임시국회도 소집된다. 국회가 개원하면 의원직 사퇴 문제는 정치적으로 더욱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강 비대위원장은 두 당선자의 ‘출당’ 조치가 내려지면 이들은 통진당 소식이 아닌 무소속으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도 내달 전당대회를 통해 뒤집힐 수 있다.
결국 통진당 갈등 사태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분당 여부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당권파에게 불리하지만 버티면 실속은 당권파가 챙기는 결과를 갖게 된다. 현재는 전당대회를 축으로 당권파가 전세를 역전시키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한 비당권파 관계자는 “당권파들이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것은 결국 혁신비대위와 권력을 나눠가지겠다는 것”이라며 “다음달 진행되는 전당대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당권을 장악해 비례대표 당선자를 보호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