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회담서 南 대북원칙 관철 전략 세워야

12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남북 당국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아직은 2007년 이후 중단된 장관급회담이 성사될 것인지,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금강산 관광사업이 재개될 것인지, 북한 비핵화 및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관한 사안들이 논의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조건이다. 


올 초부터 대남 강경모드를 유지하면서 극도의 군사긴장을 고조시켜 왔던 북한이 갑작스레 대화모드로 전환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대화 제의의 이면에 숨어있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잘 살펴보고 우리의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전협정 무효화’ ‘전쟁준비태세1호’ ‘핵전쟁 불사’ 등으로 군사긴장을 극도로 고조시켜온 북한이 태도를 돌변하여 대화를 모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는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국, 미국, 중국의 협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북한의 인식일 것이다. 한미 및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및 시진핑 주석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의견을 일치했다. 이달 말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최우선 순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대화를 모색함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완화시키고 한국, 미국, 중국의 협력관계를 와해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에 대한 반응이다. 지난달 최룡해의 방중 시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및 남북대화를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로서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였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문제를 대화와 협력으로 대체하려는 의도이다. 즉,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이들을 기정사실화된 바탕 위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도이다. 극도의 긴장을 고조시킨 후 대화를 시도하여 현재의 상황을 기정사실화하는 전형적인 북한의 기만전략이다.


넷째는 대화가 결렬될 경우 그 책임을 박근혜 정부에게 떠넘기고 또 다시 강경모드로 전환하려는 책임회피 전략이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제의하면서 우리가 받아들이기 곤란한 6·15 공동성명 기념행사를 포함시킨 것은 남북대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12일, 13일 양일간 개최될 ‘남북 당국회담’에서는 그 동안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대북정책의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관련자 처벌 등에 집착할 경우 대화는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반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그러한 문제들을 희생시켜서는 비핵화는 물론이며 자칫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공조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은 ‘남북 당국회담’에서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뿐만 아니라 6·15 및 7·4 공동선언 기념행사 등 비핵화를 제외한 모든 남북 간 현안을 한꺼번에 논의하자는 일괄타결 방안을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현안들을 패키지로 묶어 처리함으로써 비핵화, 천안함 및 연평도 문제는 어물쩍 넘어가고 5·24조치를 무장해제 하며, 한미중 대북공조를 와해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중단상태에 있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정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그리고 대남 도발위협 중단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회담의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서부터 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와 체제변화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협상 목표를 설정하고 북한의 반응을 보면서 주고받기(give and take)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북 간 신뢰를 쌓아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남북협상을 볼 때 일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한 번의 협상으로 남북관계의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남북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근본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국제공조체제의 틀을 깨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미북관계가 서로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회담에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통큰해결'(일괄타결)을 주장하는 것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구체적 이행을 위한 추가적인 협상이 요구되며, 그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어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 남북협상의 역사적 경험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그마한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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