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사회주의 선봉대” 강조하지만…北 청년들은 사익 좇는다

지방 인민위원회 간부가 전한 北 청년층 인식…"체제보다 먹고 살 걱정한다"

청년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청년절을 맞아 1면에 실은 사진.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28일 청년절을 맞아 대대적으로 청년들을 격려하고 치켜세우며 ‘사회주의 수호자’, ‘사회주의강국건설 선봉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의 청년들은 당과 국가,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하기보다는 돈과 이익을 좇는 데 여념이 없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는 북한 청년절 계기에 주민 생활 전반의 행정을 관장하는 평안남도의 한 지방 인민위원회 간부와의 인터뷰를 진행, 현재 북한의 청년들이 사회와 체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청년층의 호응도와 체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청년들은 현재 돈 버는 일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돈을 벌어 지원하면 입당(入黨)을 할 수도 있고 좋은 자리도 꿰찰 수도 있어,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돈이 먼저’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보위하는 데 있어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 간부는 “아직도 충성심을 보여주고 한자리 따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있긴 하지만 진실로 충성심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면서 “체제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청년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소위 먹고사는 문제, ‘생계’를 위해 겉으로 충성심을 드러내 보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한 청년층의 호응도와 관련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그리 높지 않다”며 “죽음이 두려워 좋아하는 척을 하는 것이지 실제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북한에서는 수령을 신격화하는 방식으로 최고 존엄에 대한 위대성 선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북한 지방 인민위원회 간부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시장을 통제하지 않는 현 지도자가 청년층에 호응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지도자에 대한 호응은 그렇게 높지 않다. 사실 최고영도자에게 신세를 질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좋아한다고 해도 (그 이유가) 꼭 시장을 통제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시장을 통제하면 물론 불만이 많겠지만, 통제 안 한다고 좋아하지는 않는다. 죽음이 두려워 좋아하는 척을 하는 것이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충성도가 높아서 그런다기보다는 죽지 않으려고 할 수 없이 그런다.”

-시장화를 추진하는 것이 청년층의 충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시장화와 충성도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시장이고, 돈을 벌어서 군대에 지원 좀 하면 입당도 시켜주고 한자리도 준다.”

-최근 일부 국영기업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영기업소에 다니는 청년층의 충성심이 유지될지 의문인데, 어떻다고 보나.

“요즘 충성심을 가식으로 말하지 진실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구경하기 힘들다. 잘 나가는 애들도 한자리 따기 위해 할 수 없이 그런다. 당원도 되고 대학도 나와야 한자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제에 대하여 생각하기보다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다.”

-개인 기업소에 취직해서 일하는 청년들도 있는데, 이들은 어떤가?

“배급을 잘 주는 회사에 가면 좋아하기는 한다. 그러나 배급보다는 돈이 먼저다. 돈이 있으면 직장에서 주는 배급이 없어도 더 잘 살 수 있다. 배급을 잘 주는 사장보다는 시간을 많이 줘서 돈 벌게 해주는 사장을 더 좋아한다.”

-김정은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은 어떤지 궁금하다.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뚱보가 똑똑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없어서 뚱뚱해졌다고 이야기한다.”

-김정은 업적 선전이 이전에 비해 차분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위대성 선전은 여전하다.”

-집권 초기에는 ‘3살 때 총을 쏘고, 5살 때는 한시를 썼다’고 선전하기도 했는데.

“보지 못했으니 믿지 않는다. 김정일 때 김일성이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람들은) ‘총알도 만드는 재주로 쌀은 왜 못 만드냐’ ‘웬만한 재주는 다 타고났다고 하면서 인민을 살리는 재주는 없냐’고 했다. 이제는 뭐 그러는가 보다 하지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런 선전을 하는 사람도 이야기하면서 어색해한다.”

-근래에 “현실을 미화하지 말라”면서 과장된 선전을 하지 말라는 당부도 있었지 않나.

“그런다고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위대성 선전을 안 하면 선전(선동)부가 할 일이 없다.”

-청년층이 조직 생활에는 잘 참여하나?

“하면 하고 말면 마는 식이다. 다만 안 참가하면 비판받으니 참가는 한다.”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은 당의 ‘후비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나?

“역할을 잘 한다고까지는 아니지만, 청년동맹이 당의 후비대 역할을 당연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본다. 다만 요즘에는 꼭 당원이 돼 후비대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 몇 안 된다.”